부자관계 끊기 위한 자녀 性 변경은 안 돼

최정인 판사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허용” 기사입력:2010-06-30 14:46:25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학업에 열중할 것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들이 이혼한 남편을 찾아가 함께 생활하자 부자(父子)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자녀의 성(姓)을 바꿔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41,여)씨는 2003년 5월 남편과 협의이혼 한 이후 아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받아 아들 B군을 혼자 키워왔다.

A씨는 아들이 학업에 열중하기를 바랐으나 B군은 전자게임에 몰두하고 학교와 학원생활을 불충실하게 하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돼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1월 성적문제 등으로 아들을 나무라다가 아들이 반항하자 단소 등으로 심하게 체벌했다. 그러자 며칠 뒤 B군은 아버지를 찾아갔고, 이에 아버지가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B군은 일주일 뒤 또 집을 나가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A씨는 “전 남편이 평소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다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부추켜 집을 나오게 한 뒤, 학교도 제대로 보내지 않는 등 아버지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부자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아들의 성을 바꿔 달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3단독 최정인 판사는 최근 A씨가 “이혼한 전 남편의 성 대신 아들의 성을 자신을 성으로 바꿔 달라”며 낸 성본 변경허가 심판청구에 대해 “자녀의 성과 본의 변경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최 판사는 “청구인은 아들이 자신 밑에서 양육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집을 나가 아버지와 지내게 되자, 아들이 청구인과의 생활을 행복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한 갈등을 겪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또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아들이 집을 나간 것을 전 남편의 탓으로 돌리며 부자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그러나 이는 청구인의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적 만족을 위한 것일 뿐 아들의 복리와 원만한 성장을 위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아들 역시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성과 본이 청구인의 것으로 바뀌는 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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