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청탁 받은 법원간부 항소심도 집행유예

서울고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법원간부, 상고 포기해 확정 기사입력:2010-06-24 09:41:1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골프장 건설업자가 자신을 도와주던 시의원이 뇌물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치에 처하자 ‘감형 내지 재판지연’ 부탁과 함께 골프장 지분을 받기로 약속 받은 법원 고위공무원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충남 보령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L씨는 자신을 도와 골프장 건설 인ㆍ허가 등을 알선하던 시의원 H씨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2004년 4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골프장 건설에 차질을 빚고, 향후 H씨가 유죄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시의원직을 잃으면 골프장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L씨는 2004년 8월 지인인 법원 고위공무원(3급) J(54)씨를 만나 “골프장 건설을 도와주던 H씨가 1심에서 시의원 자격이 박탈될 형을 선고받았는데, 의원직이 유지돼야 골프장 건설 추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담당재판부에 부탁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가벼운 형이 선고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후 H씨는 2005년 1월 항소심에서 1심 형량보다 대폭 감형된 자격정지형을 선고받았으나, 여전히 시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돼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래도 여전히 골프장 건설 관련 인ㆍ허가 취득에 차질을 빚자 L씨는 재차 J씨에게 “담당재판부에 부탁해 파기환송을 시켜주거나, 시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재판을 지연시켜 달라”는 부탁을 했고, J씨가 이를 승낙했다.

이후 2005년 3월 J씨는 자신의 근무지에서 L씨로부터 골프장 지분 1.5%(1억 5000만 원 상당)를 받기로 하는 지급약정서를 받았다.

결국 J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J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부의 공정과 그에 대한 신뢰를 위해 매진해야 할 법원공무원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관련 당사자로부터 감형 내지 재판지연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약속받았다”며 “그로 인한 사법부의 공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의 여지도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20년 가까이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무에 임한 점, 받기로 약속한 골프장 지분은 결과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무산돼 약속에 그친 점, 실제 피고인이 재판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J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23일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J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의원 H씨에 대한 형사사건에 있어 형의 감경, 대법원에서의 파기환송 내지 선고지연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과 관련해 골프장 지분 1.5%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법원 고위공무원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J씨가 오랜 기간 공직에서 근무했고,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거나,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J씨는 이날 상소포기서를 제출해 이번 판결로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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