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노조 창원지부장 아내가 보내는 편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위한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서 낭독 기사입력:2008-05-05 00:35:33
5월3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에서 눈에 띄는 공무원노동자 아내가 있었다.
전국의 하위직 공무원과 그 가족 등 2만 6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행사에서 한 공무원노동자의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이 있었다.

강동만 지부장의 아내가 연단에 올라 편지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은 스크린에 나타난 강 지부장의 아내.
주인공은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창원지부 강동만 지부장의 아내. 강 지부장의 아내는 전국의 공무원노동자 아내를 대표해 이날 본무대 중앙 연단에 올라 A4용지 2장 불량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강 지부장의 아내는 편지 낭송에서 힘들고 박봉인 공무원생활이지만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생활하는 당신의 모습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진솔한 마음을 밝혀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음 아래는 법원노조 창원지부 강동만 지부장의 아내가 이날 낭독한 편지 전문입니다.

편지 낭송후 강동만 지부장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우측이 아내. 밝게 웃고 있는 딸의 모습에서 행복한 가족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께>


여보,
얼마 만에 써 보는 편지인지 모르겠어요. 당신과 결혼해서 산 지 10년 세월이 훨씬 지나는 동안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편지 한 통 제대로 쓸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 미아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벌써 5월이네요. 날씨가 참 좋지요? 이런 날씨에는 우리 아이들 손잡고 꽃 나들이라도 갔으면 좋으련만, 당신의 한숨 소리에 놀러 가자는 소리가 쉽게 나오질 않네요.
그런데 당신이 행사가 있어 서울에 같이 가자고 하니 첫 데이트를 앞둔 아가씨처럼 마음이 설레 당신을 따라 나섰습니다.
5월이 따사로운 봄볕 속에 참 많은 사람들, 많은 가족들이 자리한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보,
며칠 전 당신은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제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공무원들이 입장과 처지가 어떤지, 또한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말이에요.
TV로만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당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로서, 가족으로서 왜 당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미안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근심 어린 당신 표정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 물가도 살리고 경제도 살려서 당신이나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서울시의 3% 강제퇴출 얘기가 나왔을 때도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공무원 퇴출이며, 연금 개악이며 하는 내용이 뉴스를 장식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저립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더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일 텐데, 머슴 운운하면서 공무원 자체를 철저히 짓밟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말 화가 납니다.

당신 그거 아세요?
저는 당신과의 신혼생활을 늘 기억하고 있어요.
박봉이어서 미안하다며 볼그레한 얼굴로 월급봉투를 내밀던 당신의 손도 기어나고, 힘들 때마다 좁아터진 반지하방 앞에서 담배를 물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당신의 뒷모습도 기억나고, 첫 아이를 낳고 우리의 미래를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당신의 그 호탕함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사실 저 있잖아요. 당신과 결혼할 때 당신은 공무원이니까, 월급은 좀 적어도 평생 직장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퇴직 후에도 연금이 보장되니 노후 걱정으로 마음 고생하지 않겠다 싶었어요. 당신이 공무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요.

당신은 공무원을 천직으로 알고 박봉이어도 참고, 민원 때문에 속이 상하고 힘들어도 참고, 몸이 아파도 참고 오로지 열심히 살았던 사람입니다.
당신과 같이 열심히 살았던 분들이 오늘 여기 함께 모여 있습니다. 월급은 적지만 노후를 보장해 줄 공무원연금이 든든하게 있고, 평생 해고 위험 없이 열심히만 하면 좋은 날이 올 줄 알았던 당신 같은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나 많이 모여 있습니다.
누가 잘려나갈지 모르는 공무원 사회, 많이 내고 훨씬 덜 받도록 개악한다는 공무원연금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여기 모인 당신 같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여보, 우리 함께 의지하며 뜻을 모으면 좋은 날이 분명히 올 거예요.
연금개악을 막아내는 것도,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것도 이제 우리 가족들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보, 힘들어도 혼자서 한숨쉬지 말고 가족들과 이렇게 많이 모인 당신 같은 사람들을 믿고 헤쳐 나가요.
전 언제나 그랬듯이, 당신의 밝은 웃음과 당당한 어깨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오는 길이 멀고 힘들었지만 당신 손을 잡고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과 손잡은 이 손, 언제나 잡고 응원할 테니까 여보, 약해지지 말아요. 아셨죠?
당신은 자랑스러운 공무원노동자니까요. 당신을 믿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여보, 파이팅!
2008년 5월 3일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에서 당신의 아내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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