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법관의 꽃’으로 상징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인 재판장이 뿔났다.
당직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전 국회의원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항소심 법원이 “정치자금의 뒷거래는 정치부패의 온상으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인만큼 정치사범에게 면죄부를 주는 양형 관행은 잘못”이라며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직하고 청렴한 정치인의 자세를 강조하며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제시하면서고, 또한 불법정치자금과 관련된 정치인의 부패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 관행에 경종을 울려 눈길을 끌었다.
벌금형이 선고된 정치인에게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거나 추가되지도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천영 전 의원 항소했다가 된서리
송천영(69) 전 국회의원은 2006년 12월8일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공석이던 한나라당 대전 대덕구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조직책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나라당 강창희 최고위원을 만나 3,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강 최고위원은 이틀 뒤 송 전 의원을 만나 “형님하고 나하고 돈을 주고받으면서 정치할 입장이 아니니 이 돈은 대통령선거 때나 씁시다”라고 말하면서 받았던 돈을 돌려줬다. 송 전 의원은 강 최고위원의 대전고 7년 선배다.
한편 송 전 의원은 대전 동구에서 1985년에는 신민당 후보로 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992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었다. 이후 15·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연거푸 낙선한 다음, 17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아예 출마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6년 4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강창희 의원의 추천을 받아 당시 박근혜 대표로부터 대전시당 고문으로 임명됐다.
이 같이 송 전 의원은 주요 당직자 임명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최고위원이자, 한나라당 내에서 ‘충청권의 대부’로 대전·충청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강창희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박관근 부장판사)는 지난 2월12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송씨에게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자 송씨는 “강 최고위원에게 지급한 3000만원은 사적 용도를 위해 제공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가 23일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한 것. 추징금 3000만원도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송 전 의원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고, 뿐만 아니라 불법선거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도 쓴소리를 하며 경종을 울렸다.
재판부는 먼저 “강 최고위원이 ‘형님하고 나하고 돈을 주고받으면서 정치할 입장이 아니니 이 돈은 대통령선거 때나 씁시다’라며 돈을 돌려준 점, 또 피고인은 강 최고위원에게 용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준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적 용도를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으로서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제공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송씨의 항소를 일축했다.
◈ “정직한 지도자만이 국민 애환 잘 헤아려 보고들을 수 있다”
이제 재판부의 쓴소리를 들어보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는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데,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치인의 도덕성과 능력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그 국가 사회의 품격과 발전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주요한 수단인 정당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당 내에서도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정치력과 도덕성을 인정받은 자가 공직이나 당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긴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익에 헌신할 수 있는 정직한 지도자만이 개인적 탐욕에 흔들림 없이 밝은 눈과 열린 귀를 가지고 국민의 애환을 잘 헤아려 보고들을 수 있다”며 “식견과 실력을 갖춘 신념의 지도자만이 기회주의적 편법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의 비전을 창출해 사회발전의 길을 묵묵히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렇지 않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공직이나 당직이 매관매직되고 각종 편법이 기승을 부림에도 정당의 자기 정화시스템은 작동을 하지 못하고 사회 역시 이를 묵인·방치했을 때, 그 정치집단은 물론이고 국가사회 전체가 더 이상의 발전은커녕 부패와 무능 속에서 쇄락의 길로 접어들어 갔음을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역구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에 선정되고 싶은 욕심에 피고인이 몸담고 있는 정당의 고위당직자에게 정치자금 명목의 뇌물성 돈을 주려고 시도한 부패사건”이라며 “정치자금의 뒷거래는 그 자체로 정치부패의 온상으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 사건 범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고인이 정치자금의 제공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돈으로 정당의 중심적인 지역 정치인 지위를 매수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한층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정치인을 통해 민주주의적 국가 발전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서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의 죄질과 비교될 정도로 중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선거범죄를 포함한 이런 부류의 범죄는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주관적 양형 사정에 치우치거나 공직상실의 불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마치 면죄부를 주는 듯하게 보이기도 했던 그간의 (법원) 양형 관행은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한다”고 법원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이러한 부정부패행위에 관한 정치권의 자정기능은 물론이고 사법판단상의 정화의지에 대하여도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며 “신뢰회복이 공생의 유일한 길임을 자각할 때 주먹다짐 상해 사건에서나 볼 수 있는 낮은 벌금형 선고는 오히려 자기파괴적 불신의 역효과만 남길 뿐”이라고 엄한 처벌을 역설했다.
◈ “도덕불감증 내지 법질서 인식 결여 일깨워 줄 필요”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반성은 하지 않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태도 또한 꼬집었다.
먼저 “피고인은 강창희 최고위원이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다음 자신을 인격적으로 매도해 명예회복 차원에서 탄원서를 낸 것이 기소의 원인이 됐다고 한탄하며, 스스로 사건을 외부에 알려지게 한 어리석음을 후회한다고 하고, 나아가 자신을 처벌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뿐더러 벌금 300만원도 과중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일반이 우려하고 있는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과 해악의 본질적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이와 같은 도덕불감증 내지 법질서 인식 결여를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며 “일반예방의 효과를 고려해 법정형 범위 내에서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처벌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1심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화제]‘법관의 꽃’ 고법 재판장 왜 뿔났나
부정부패 정치인 법정구속하며 법원 면죄부 관행에 경종 기사입력:2008-04-25 10: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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