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어낸 천신(天神)의 힘을 빌려 불치병을 치료해 주겠다고 속여 자매 가족으로부터 20억원을 가로 챈 50대 사이비 무속인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부산에서 점술원을 운영하던 무속인 김OO(여·52)씨는 2000년 7월 불임과 허리디스크 등으로 고통받고 있던 이OO씨가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자, 마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통력을 지닌 것처럼 행세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씨에게 “천신(天神)의 힘을 빌려 질병을 치료해 주고, 아이도 갖게 해 주겠다”며 매일 점술원에 오도록 했다. 또 녹내장으로 좌측 눈이 실명 상태인 이씨의 언니에게도 눈을 치료해 주겠다며 꼬드겼다.
뿐만 아니다. 김씨는 이씨에게 “형부인 정OO씨와 조카에게도 질병이 있다”며 나와서 치료를 받도록 권유했고, 특히 “조카의 몸 속에 들어있는 악신(惡神)을 처단해야 한다”며 점술원에 기거하도록 시켰다.
김씨는 만약 자신의 말을 거역하거나, 조카가 점술원을 벗어나면 ‘천신’의 저주로 가족들이 죽게 되거나, 큰 불행을 겪게 된다는 등 재앙을 예고하며 겁을 줬다.
하지만 김씨는 점술원을 차리기 전 식당을 운영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해 무속인으로서의 신통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천신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임의로 지어낸 것으로 천신의 힘을 빌려 이씨 가족들의 질병을 치료해 줄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2001년 5월 이씨에게 “시댁 조상들이 아들 태어나는 것을 반대하니 조상을 달래야 한다. 만약 달래지 않으면 시댁에 재앙이 온다”는 거짓말을 하며 천신에 대한 제단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뜯어냈다.
또 이씨에게 “귀한 아들을 얻고 시댁에 재앙을 없애려면 집에 법당을 지어야 한다”며 520만원을, 이씨의 언니에게는 “집에 법당을 차리자 않아 눈이 멀고, 자식도 안 되는 것이니 법당을 지어야 한다”며 1,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김씨의 술수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2002년 11월 김씨는 이씨에게 “신에 대한 절대 복종만이 천벌을 면하고, 친정과 시댁에 우환이 없을 것”이라며 노천법당 설치비용 명목으로 1800만원을 뜯어냈다.
또한 이씨의 형부인 정씨에게도 “천신의 계시를 거절하면 아내의 나머지 눈도 실명할 것이며, 아들은 정신병자가 되고 몸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라며 700만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06년 3월까지 무려 5년 동안 이씨로부터 214회에 걸쳐 7억 2820만원을, 이씨의 언니로부터 173회에 걸쳐 6억 5350만원을, 이씨의 형부인 정씨로부터 14회에 걸쳐 5억 8920만원 등 총 19억 7090만원을 받아 챙겼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염원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던 피해자들에게 질병을 치료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치료비 명목의 돈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천신 제단비 등 각종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의심해 점술원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질병이 악화된다거나 각종 재앙이 닥칠 것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등 피해자들을 속여 장기간에 걸쳐 거액의 돈을 뜯어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전 재산과 직업을 잃고 막대한 채무마저 떠 안게 된 상태로 생활의 기반을 송두리째 상실 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받은 돈을 돌려주지도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 질병이 다 치료됐다면서 자신이 인건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질병치료 미끼로 20억 가로 챈 사이비 무속인
부산지법 “징역 3년…반성하지 않아 엄벌 불가피” 기사입력:2008-03-03 12: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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