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밀대화도 남 헐뜯으면 명예훼손

대법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 전파할 가능성 있어” 기사입력:2008-02-16 16:15:51
인터넷에서 ‘1:1 비밀대화’로 제3자를 비방한 경우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장인 허OO(53)씨는 2006년 2월 12일부터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꽃뱀’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소설은 꽃뱀 A라는 여성이 회사 상무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이 모시는 B부장의 사생활을 보고한다는 내용이었다.

허씨의 소설은 사실적 묘사로 블로그 회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그러자 허씨는 소설의 99.5%가 실화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허씨는 소설 속 인물이 자신의 블로그 회원인 A를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을 알고 싶은 사람은 비밀 글, 쪽지, 메일을 보내달라”고 게시했다.

이에 ID가 ‘고운’인 회원은 1:1 비밀대화를 통해 “꽃뱀이 누구냐”고 물었고, 허씨는 “블로그 회원으로 필명 로○○○을 쓰는 유OO씨인데, 증거가 필요하면 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꽃뱀 A가 바로 유씨였던 것. 물론 허씨는 회원과 대화하면서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꽃뱀’으로 지목된 유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허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허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회원과 나눈 일대일 비밀대화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없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14일 허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을 유포했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회원과 일대일 비밀대화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대화 상대방(회원)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또 회원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해서 그가 당연히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도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나눈 일대일 비밀대화가 공연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말을 퍼뜨려도 그 사람으로부터 불특정 다수인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1985년 이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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