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폐과 조치…학생들에게 위자료 줘야

서울고법 “학생 1인당 200만원 줘라…교육받을 기회 침해” 기사입력:2008-02-12 21:43:58
대학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신입생 모집이 저조한 학과를 폐과 조치했더라도, 폐과된 학생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으로 학생들에게 위자료를 줘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충남에 있는 H대학은 2002년부터 신입생 지원이 감소해 재정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입학정원 조정, 학과개편 등을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이 대학 시각디자인과는 정원 40명 중 2003년도에 32명, 2004년도에 15명의 신입생이 등록하고, 2005학년도에는 9명의 신입생만이 등록했다.

이에 H대학은 2005년 3월 교무위원회를 열어 시각디자인과가 신입생모집 정원대비 등록률이 통산 2회 40% 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폐과를 결정했다. 이 대학은 다른 3개학과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폐과 결정 후 원하는 다른 학과로 전과되거나, 전과를 포기한 학생은 자퇴하기도 했다.

이후 시각디자인학과 정OO(25)씨 등 9명은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학생 1인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1월 “대학의 폐과 결정은 정당하다”면서도 “대학은 학생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양측이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9민사부(재판장 이인복 부장판사)는 정씨 등 9명이 H대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위자료 액수를 상향조정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들이 시각디자인과에 합격해 입학한 이상, 시각디자인과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데에 대한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가지므로, 원고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의 폐과 조치의 불가피성이나 폐과 결정의 공정성 등 실체적 내용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절한 방법으로 수렴하는 등 절차적인 정당성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폐과를 하더라도 신입생 모집만을 중단하고 원고들과 같이 기왕에 입학한 학생들만이라도 학과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폐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대학은 폐과에 앞서 교수들의 의견만을 검토하고, 재학생과 신입생들에게 시각디자인학과에서의 수학의사를 전혀 묻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대학구조조정규정의 제정 및 이에 따른 폐과 조치의 과정이 적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각디자인과의 유지와 신입생 모집에 관한 대학의 미온적인 태도, 재학생들까지 일률적으로 전과하도록 한 폐과의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대학의 시각디자인과 폐과 조치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대학의 시각디자인과의 폐과 조치 및 원고들에 대한 학과변경, 전과조치는 원고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불법행위가 되므로, 대학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재판부는 “폐과 및 전과의 경위 등 원고들이 입은 피해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대학으로서도 사회발전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학과조정이 불가피했던 점 등도 함께 참작하면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기 전에 학과를 변경한 2명은 시각디자인학과의 수강으로 인한 손실이 없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100만원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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