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이 자신을 슬롯머신업계의 비호 지원세력이라는 취지의 글을 회고록에 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 스타검사 출신의 홍 의원은 지난 95년 ‘홍 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라는 제목으로 검사로 재직할 당시 수사한 여러 사건에 대한 회고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이후 2003년부터 책의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 ‘저서모임’란에 게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건개 전 고검장이 “홍 의원의 회고록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당한 만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홍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홍 의원은 회고록에서 ‘88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의 배후수사와 관련해 대검에서 내사하면서 배후지원 세력으로 슬롯머신업계 대부인 정OO씨가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정씨의 이름은 슬그머니 내사 대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뒤를 봐준 사람으로 당시 대검 형사2부장이던 검사장이 거론 됐다’고 기술했다.
또 ‘정씨의 자백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대검 내사 때는 정씨의 동생을 통해 대전고검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 88년 당시 대검 형사2부장이었던 이 전 고검장은 “당시 정씨에 대한 내사 자체가 없었다”며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고검장은 그러면서 “회고록은 (내가) 온갖 탈법과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씨의 배후세력으로 그에 대한 내사를 막아줬다는 등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한창호 부장판사)는 1월23일 이 전 고검장이 홍 의원을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이 회고록은 피고가 검사로 재직할 당시 수사한 여러 사건에 대해 회고하면서 1993년경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업계와 그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과정을 기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93년 조직폭력배의 배후세력으로 검찰에서 정씨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온 정씨의 동생으로부터 ‘형을 선처해주고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해 징역형이 확정된 사실과 피고가 검사였을 당시 정씨의 배후세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배후세력의 한 명으로 지목한 정씨의 진술을 기초로 회고록을 쓴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홍 의원의 회고록을 기사로 작성한 2명의 기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사 내용 중에 지엽 말단적인 부분이나 사소한 부분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봐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진실에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에 대한 형사판결의 내용을 감안하면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진실에 부합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개 전 고검장은 93년 조직폭력배의 배후세력으로 검찰에서 정씨에 대한 내사를 하고 있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온 정씨의 동생으로부터 “선처해주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
이 전 고검장은 그로부터 3회에 걸쳐 5억 4,240만원을 빌렸으나, 이자나 변제기에 관한 약정이 없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이건개 前고검장 ‘홍준표 회고록’ 명예훼손 패소
서울중앙지법 “기재 내용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 있어” 기사입력:2008-02-01 17: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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