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징후 수감자 방치해 사망…국가 70% 책임

서울고법 “적절한 조치 취할 의무 소홀…2,630만원 배상” 기사입력:2008-01-10 11:21:49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전신발작 등 심각한 이상 징후를 보인 수감자를 장시간 방치해 사망케 했다면 국가는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구OO(41)씨는 2001년 4월 도로교통법위반으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으나 벌금을 내지 못해 그 해 11월 16일 체포돼 울산구치소에 수용됐다.

그런데 다음 날 구씨는 갑자기 시작된 양쪽 대퇴부 등의 피하출혈로 인해 쇼크에 빠졌고, 헛소리와 구토를 하며 온몸을 떨면서 입에서 거품을 내는 등 전신발작을 일으키고, 일회용 컵 반 분량의 피를 토하며 바지에 대변을 보고 피오줌까지 사며 이상 징후를 보였다.

하지만 병사동 당직책임자들은 구씨가 간질환자라고 속단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혈압 등을 수시로 체크하도록 지시했는데, 구씨는 3일 뒤 외부 병원 응급실에서 순환혈액량 감소로 인한 외상성 쇼크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구씨의 유족들은 “구치소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진 만큼 1억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편 구씨는 구치소에 수용되기 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고도의 간경변, 알코올성 진전섬망 증세 등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박미리 판사는 2006년 9월 망인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6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국가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20민사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판결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이 심각한 이상 징후가 계속 관찰되는 상태인데도 당직책임자들은 의무과장 등에서 보고하거나, 신속히 외부 병원으로 후송해 의사의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질환자라고 속단한 다음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등 장시간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만큼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도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알코올 중독증에 이르게 하는 등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잘못이 있는 만큼 피고의 책임비율을 70%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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