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이씨는 김씨의 차량 운전석을 확인했으나 특별한 외상없이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경찰에 음주운전 사고라고 신고했다.
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김씨는 손을 내저으며 일어나지 않아 경찰은 술에 만취된 상태라고 판단해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호송했는데 이 과정에서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김씨는 순찰차 안에서 심하게 코를 골며 계속 잠을 자는 듯한 모습을 보며, 경찰은 김씨가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사고경위를 조사한 뒤 순찰차에 다가갔을 때 김씨는 양말과 신발을 모두 벗어놓고 발로 순찰차 문을 차는 등 발버둥을 쳐 오전 6시45분 강남경찰서로 이송했다.
당시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의사도 김씨가 외상은 없는데 몸부림이 심하고 의식이 명확하지 않아 처음에는 음주를 의심해 음주검사를 했고, 그 후 김씨의 의식이 점점 떨어지고 동공이 열려 비로소 CT촬영을 했는데, 그 결과 뇌출혈이 발견됐으나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사고 당시 망인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채 단순히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조사한 경찰이 망인이 술에 취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은 채 2시간 동안 방치해 응급수술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피고는 “사고 당시 망인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경찰로서는 망인의 행동을 주취자의 행동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경찰 직무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음주운전 사고로만 판단한데 따른 책임을 물어 유족의 손을 들어 줬고, “국가가 원고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새벽에 유흥업소가 밀집한 장소에서 일어난 경미한 사고였고, 망인의 행위가 술에 취한 상태와 매우 흡사해 교통사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병원응급실 의사도 일시적으로 심한 주취상태라고 판단한 점 등을 종합하면 경찰로서는 망인이 주취상태에 빠져 의식이 혼미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뇌출혈을 입어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고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뇌출혈로 인한 혼미상태의 경우 사망 가능성이 44%에 이를 정도인데 망인은 사고 직후 혼미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이 즉시 병원에 후송하는 등 응급구호를 했더라도 사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경찰이 응급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