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질병으로 숨진 병사에 대해 국방부가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직권으로 ‘순직’ 처리해 놓고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아 그 기간 동안 유공자로서 각종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유지원 판사는 최근 군복무 중 질병으로 사망한 뒤 순직 처리된 망인의 유족 김OO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6가단153129)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3,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망인 오OO씨는 53년 4월 육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하던 중 55년 11월 유행성출혈열으로 사망했는데, 육군은 당시 전공사상자처리규정에 따라 병사한 것으로 처리했다.
이후 국방부는 89년 6월 전공사상자처리규정을 개정해 군복무 중 병사한 경우도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군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순직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유족에게는 보훈법령에 따라 연금지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육군은 오씨도 직권검토를 거쳐 97년 7월 사망구분을 병사에서 순직으로 변경했으나, 전공사상자처리규정에 의해 국방부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사망구분의 변경사실을 통지할 의무를 가진 육군 참모총장은 오씨에 대한 사망구분의 직권변경 사실을 유족들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원고는 2004년 8월에서야 오씨의 사망구분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고 국가보훈처장에게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해 2004년 11월 국가유공자유족으로 등록됐고, 그때부터 국가유공자의 배우자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보상금 및 수당을 지급 받고 있다. 아울러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육군 참모총장은 망인의 유족인 원고에게 오씨의 사망구분의 변경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원고가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지 못한 기간 동안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금 및 각종 의료보호, 취업보호, 교육보호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망인의 유족을 찾을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5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순직으로 정정된 6,000여명의 유족들 행방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당시의 주소에서 계속 거주하다가 2004년 4월 바로 근처로 이사한 만큼 피고는 유족에게 통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유족으로 등록하기 전에는 유족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피고가 통지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육군이 망인의 사망구분을 직권으로 ‘순직’ 변경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특히 원고가 50여년 동안 같은 곳에 거주했음에도 피고가 통지를 위해 노력한 사실이 없으므로, 국가유공자를 예우할 의무가 있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의 패소로 인해 그 만큼의 국민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순직 사실 유족에 안 알렸다면 국가 배상책임
유지원 판사 “유공자로서 받는 각종 혜택 못 받아” 기사입력:2006-11-30 23: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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