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인으로 긴급체포 된 것이 아니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에 연행됐는데도 경찰은 마치 현행범인을 체포한 것처럼 허락 없이 집과 차량을 위법하게 수색해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10월 31일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OO(47)씨에 대해 1심대로 절도 혐의 부분은 경찰의 위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방해 부분만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06노2113)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은 A씨로부터 양도받은 건물이 무허가 건물로 강제철거를 당하게 돼 앙심을 품고 있던 중 2005년 10월 28일 서울 신설동 소재 A씨가 시행하는 상가신축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인부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에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하고도 다시 공사현장으로 찾아와 인부들에게 욕설을 하고 건축자재를 발로 차는 등 5시간 동안 A씨의 공사업무를 방해했다.
그런데 A씨가 이날 현장사무실에서 인부들에게 줄 임금을 세고 있을 때 피고인이 들어와 돈을 책상 서랍에 넣고 퇴거를 요구했으나, 계속 시비를 걸며 나가지 않았다. 마침 그 때 인부가 손을 다쳤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인부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다시 현장사무실에 돌아오자 피고인은 없었다.
문제는 책상 서랍에 넣어 둔 79만원이 없어진 것. A씨는 피고인의 소행이라고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피고인의 집으로 출동했는데 주방입구에 19만원이 흩어져 있었다.
당시 피고인은 돈을 훔치지 않았다고 경찰에게 부인하면서 수색영장과 구속영장의 제시를 요구했고, 경찰은 일단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로 데리고 갔다.
경찰은 지구대에서 피고인에게 차량 열쇠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피고인의 주거를 함부로 수색해 차량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는데 조수석 아래에 40만원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촬영하고 피고인과 함께 피고인의 집에 가서 19만원과 40만원을 압수하고 압수조서를 작성한 후 현행범인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피고인은 검찰과 법원에서도 절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집에서 발견된 19만원은 자신의 돈이고, 차에서 발견된 40만원은 자신이 숨겨 둔 것이 아니라 A씨가 자신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이미 지구대에 임의동행 돼 있었던 이상 피고인을 현행범인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 피고인을 지구대에 남겨두고 다시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집과 차량을 수색한 것을 체포현장에서의 수색이라고 할 수 없으며, 또한 피고인이 긴급 체포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해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 이 경우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경찰의 압수·수색은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지 않아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사건 사진 및 압수조서는 위법한 수색과정에서 촬영되거나 작성된 것으로서 영장주의 정신을 무시한 중대한 위법”이라며 “이들을 증거로 허용하는 것은 장래 위법한 수사의 억지의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하지 않아 비록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인해 압수물의 사진이나 압수조서 자체의 성질과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증거가치는 변함이 없더라도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이 이것들을 증거로 함에 동의했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1항에 의한 증거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동의가 있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법한 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 없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주의 정신을 무시한 중대한 위법” 기사입력:2006-11-01 0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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