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중 사고로 후유증 겪다 자살…공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 시달리다가 자살 인정” 기사입력:2006-09-18 16:39:00
경찰관이 공무수행 중 입은 교통사고로 정신적 불안증세와 우울증 증상 등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면 공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재판장 신동승 부장판사)는 공무수행 중 입은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경찰관 김모(사망 당시 37세)씨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소송(2006구합4233)에서 “피고의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97년 순경으로 임용돼 신탄진지구대에서 근무하던 2004년 8월19일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112신고 출동지시를 받고 현장에 나가 신고자의 집 대문 앞에서 피해내용을 확인하던 중 그 때 갑자기 주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두개골골절 등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이로 인해 피고로부터 공무상요양승인결정을 받고 교통사고 당일부터 2004년 10월 17일까지 요양했고, 이후에도 2005년 1월23일까지 공무상 병가를 내 휴식한 뒤 다음날부터 대전북부경찰서 경비계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지속적인 두통과 기억력 감소, 청각능력 저하, 성기능 장애 등의 질환을 겪게 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불안증세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 지속적인 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심지어 동료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하나”는 등의 말을 자주 하는 등 사고 후유증으로 심한 고통을 당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2005년 8월8일 오전 11시경 경비계에서 서류를 검토하다가 두통이 발생해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복용했으나 호전되지 않자 소속 과장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보고하고 외출한 후 오후 2시30분 자신의 아파트에서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하고 말았다.

자살 당시 김씨는 아내와 자녀, 부모에 대한 미안한 심정과 이 사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내용을 기재한 유서를 남겼다.

이에 김씨는 아내는 “남편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는 “망인이 비록 공무수행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한 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적 불안과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다고 하더라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개인적인 성향과 같은 공무와는 무관한 이유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거부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교통사고로 인해 지속적인 두통을 앓음으로써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후각 및 미각의 상실, 청각능력의 저하와 성기능 장애 등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인 불안증세와 우울증 증상을 보였으나,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아 37세의 젊은 사람으로서 절망감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뇌를 다친 환자가 정신과적 또는 감정 장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일반인에 비해 자살하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 뇌손상과 자살 시도와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는 점, 사망 당일 두통이 심해 외출했다가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자살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할 때 망인은 공무수행 중 입게 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사망과 공무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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