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과음으로 인한 사고도 업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상사 지시 거부하게 어려워 행사 참여” 기사입력:2006-09-14 19:55:22
상사의 지시에 따라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과음으로 인한 추락사도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단란주점에서 회식 중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해 밖으로 나갔다가 마침 소변을 보려다 추락사한 신모씨의 아내 김모씨가 “남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소송(2005구합41150)에서 지난 5일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신씨는 92년 9월 선박건조회사에 입사해 도장팀에서 과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2005년 3월21일 도장팀장이 노르웨이의 한 선박회사가 발주한 천연가스운반선의 주수탱크에 대한 도장 작업을 마친 후 도장 감독관을 접대하고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회식자리를 마련했으나, 다른 선주와의 약속 때문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파트장에게 회식을 주관하도록 위임했다.

이에 파트장은 신씨 등에게 회식에 참여하도록 지시했고, 그날 저녁 7시부터 회사 인근 음식점에서 감독관을 비롯한 협력업체 직원 등 12명과 술과 음식을 먹는 1차 회식을 가졌다.

이 때 신씨는 소주1명을 마셨고, 이후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들은 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원고는 신씨가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아 걱정이 돼 휴대전화로 전화해 통화하려고 했으나 ,단란주점 내부의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신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전화를 끊었다.

신씨는 그 전화 이후 회식자리에서 보이지 않았고, 동료들은 신씨가 집으로 간 것으로 생각했다.

다음날 신씨가 출근하지 않아 동료들이 집에 연락하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팀장의 지시에 따라 회식장소를 중심으로 신씨를 찾아다니다가 단란주점 근처의 골목길 안에 설치된 가정집 담장 너머 아래로 추락(180cm 높이)해 담장에 기댄 채 쪼그려 앉아 있는 상대로 발견됐다.

부검결과 망인은 추락에 따른 복부손상에 의한 하대정맥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원고는 2005년 11월 피고에게 “회식 중에 사망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회식 참석 여부가 강제되지 않아 행사 중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 하에 일어난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팀장의 지시에 따라 선주측 감독관을 접대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회식자리에서 과장직책을 맡고 있는 신씨가 파트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불참하기란 어려웠을 것에 비춰 회식에 참석한 행위는 회사가 지배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업무수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씨가 회식장소에서 나와 추락사한 장소까지 간 것은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해 술도 깨고, 부인의 걸려온 전화내용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걷다가 마침 소변을 보려다가 혈중 알코올농도 0.16%의 취한 탓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회식 중 과음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은 업무수행과 상당인관계가 있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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