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력 낮춰 입사한 근로자 퇴직처분 정당

서울행정법원 “이력서는 입사자의 전인격적 판단 자료” 기사입력:2006-09-05 15:26:51
고교졸업자만을 대상으로 신규사원을 모집하는 회사에 대졸자가 최종학력을 고교졸업으로 기재한 후 입사했다가 나중에 허위 학력 기재가 들통 나 퇴직 당했더라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행정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학력 허위 기재로 퇴직 당한 A(36)씨가 “최종학력을 숨긴 것은 사실이나, 징계대상이 되는 학력 허위기재는 최종학력을 과장한 경우만을 의미하지 축소한 것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며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 청구소송에서 “회사의 퇴직 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서울 인문계 고교를 나와 98년 서울 소재 OO대학 사범대를 졸업한 뒤 안산에 있는 중소자동차부품업체 D사에 2000년 11월 입사지원서를 냈다.

당시 원고가 제출한 입사지원서에는 최종학력이 고교졸업으로 기재돼 있고, 이력서에도 고교 졸업 후 육군병장으로 전역하고, 영업직 등에서 근무한 경력만을 기재했을 뿐 대학졸업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원고가 함께 자필로 서명해 제출한 ‘서약서’에는 “이력서, 입사 구비서류의 기재사항은 모두 사실이며, 만약 허위 사실을 기재한 점이 발견되면 귀사가 취하는 어떠한 조치에도 하등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기재돼 있었다.

또한 D회사는 면접과정에서 면접관이 “서울에 있는 좋은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느냐”고 묻자 원고는 “성적이 안 좋아 삼수까지 했으나 대학진학에 실패했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입사에 성공한 원고는 생산과 가공팀에서 근무했으며, 한편 D회사는 원고를 채용하기 이전부터 생산직 사원의 경우 업무 특성상 고교졸업자만을 대상으로 신규사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성실하게 근무하며 노조 사무장에 선출돼 노조 전임자로까지 활동한 원고는 하지만 2004년 5월 회사로부터 이력서에 최종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해고되고 말았다.

이에 원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위원회는 원고의 학력 허위기재는 면직사유에 해당하지만 회사가 면직처분 일자를 소급해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를 복직시켜라 면서도 다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그러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제기했으나 역시 기각당했고, 회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원고를 복직시킨 다음 이력서 허위기재를 사유로 취업규칙을 적용해 퇴직처리 했다.

결국 원고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최종학력을 숨긴 것은 사실이나, 징계의 대상이 되는 학력 허위기재는 최종학력을 과장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학력을 축소하거나 이미 상당한 기간 아무런 문제없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D회사 취업규칙은 해고와는 별도로 사원의 퇴직사유를 규정하면서 입사 구비서류 중 경력사항에 허위사실이 발견됐을 때에는 해고 조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경력 허위기재 부분은 징계해고 사유가 아닌 사원의 당연 퇴직사유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학력 또는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나 증명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근로자의 근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 형성과 기업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지능과 경험, 교육정도, 정직성 및 직장에 대한 정착성과 적응성 등 전인격적 판단을 거쳐 고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판단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력서에 허위 학력 혹은 경력을 기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 요소가 되는데도 원고는 고교졸업자만을 대상으로 신규사원을 모집하는 D회사에 의도적으로 대졸 학력을 은폐했고, 나아가 면접에서도 적극적으로 회사를 속인 점 등을 종합하면 퇴직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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