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을 유도할지 제왕절개수술을 할지는 의사의 선택 재량이어서 비록 아이가 자연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범발성 혈관내 응고장애’로 숨졌더라도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윤근수 부장판사)는 최근 출산한지 이틀 만에 숨진 아이의 엄마가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궁저부 압박을 통한 자연질식분만을 실시해 아이가 숨졌다”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임신 19주째인 2003년 9월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산모나 태아에게 특별한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임신 41주째인 2004년 2월 17일 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날 오후 2시경 A씨의 자궁경부가 완전개대되고 태아 머리가 보이자 의사는 A씨에게 즉각적인 분만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힘을 주라고 했다.
초산이었던 A씨는 힘이 미약해 의사는 A씨의 머리 옆이나 위쪽에서 자궁저부를 눌러 태아의 엉덩이 부분을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쥐고 아래로 밀어내는 식으로 누르는 자궁저부 압박을 몇 차례 가해 2시 46분경 자연질식분만을 완료했다.
분만 직후 신생아는 울지 않고 근력저하로 몸이 처져 있었고, 전신이 청색증과 창백증을 보이며 호흡이 불규칙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소아과 집중치료실에 옮겨 치료했다.
그러나 신생아의 심박동수, 산소포화도가 반복적으로 떨어지고 근력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악화돼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범발성 혈관내 응고부전, 심폐기능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원고는 “의사들이 분만과정에서 태아가 입을 충격과 신체 손상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연질식분만을 강행하고, 자궁저부를 압박해 태아에게 위장 과다출혈, 두부 등 파열,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며 1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피고는 “A씨는 정상적으로 자연질식분만을 했고, 자궁저부 압박은 분만 중에 산모의 힘이 미약할 때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므로 의사가 자연질식분만을 선택해 분만을 완료한 이상 과실이 없다”고 맞섰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자연질식분만 과정에서 자궁저부 압박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자연질식분만과 제왕절개수술에 있어 의사의 선택 재량 범위, 신생아의 예측하기 어려운 사망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관건.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초산이라서 미는 힘이 미약해 보조적으로 자궁저부를 압박하는 것은 분만과정에서 흔히 있고, 신생아의 경우 범발성 혈관내 응고장애로 사망했으며 정상적인 자연분만에서도 좁은 산도(産道)를 큰 두위가 통과하면서 두피하 및 간 피막하 출혈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생아에게 두피하 출혈이 일부 있었더라도 이를 자궁저부 압박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응급 제왕절개수술 미실시 부분과 관련, 재판부는 “의사가 원고의 자궁이 완전개대되고 태아 머리가 보여 제왕절개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자연질식분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연질식분만을 완료한 이상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수준,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의사가 산모의 상태를 종합 점검해 자궁저부 압박을 통한 자연질식분만을 실시하는 것에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신생아의 사인인 범발성 혈관내 응고부전이나 양수흡인으로 인한 폐부전증을 미리 예측할 수 없고 병원의 분만과정 등에서 이를 의심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며 “이런 경우 의사들이 신생아에 대한 위 사정을 미리 예측하거나 진료과정에서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선택은 의사 재량
부산지법 “의사에게 과실 책임 없다” 기사입력:2006-08-04 17: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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