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앞에서 자해 시늉한 경우 협박죄

대전고법, 협박죄 무죄 선고한 1심 판결 뒤집어 기사입력:2006-08-03 19:01:26
애인관계에 있는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흉기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시늉과 배를 갈라 자해하려는 시늉을 했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강일원 부장판사)는 7월 28일 헤어지려는 애인 앞에서 “배를 가르고 창자를 보여 준다”며 자해 시늉을 한 혐의(흉기 협박 등)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협박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징역 2년 선고.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3년 10월 청주에 있는 모 타이트클럽에서 일하다가 그곳에 놀러 온 피해자 김모씨를 만나 사귀면서 애인관계로 발전했다. 피고인은 김씨와 결혼까지 원했으나 2004년 초부터 김씨가 피고인과 거리를 두려고 하자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중 2004년 7월 피고인은 김씨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김씨의 집에 찾아가 자신의 차에 강제로 태운 뒤 내려 달라는 요구를 묵살한 채 김씨를 끌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왔다.

이 때 피고인은 김씨에게 화를 내며 선풍기 등을 집어던지고, 자신의 왼손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흉기로 손가락을 자를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 보여 준다”고 말하면서 흉기로 자신의 배에 대고 긋는 시늉을 했다.

이에 피고인은 여성인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잔인한 행위를 해 엄청난 정신적 위해를 가하며 협박한 혐의(흉기 등 협박)로 구속 기소됐다.

거기다가 피고인은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려하자 흉기로 턱과 어깨를 찔러 40바늘을 봉합할 정도로 크게 다치게 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도 추가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협박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자해할 듯한 태도를 보인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이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어 보여 준다’며 흉기로 자신의 배에 대고 긋는 시늉을 한 것은 피해자의 정신적인 평온함에 대한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로서 협박죄를 구성하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협박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피고인 역시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는데도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김씨가 차에서 내려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난폭운전을 해 감금하고 손가락을 다치게 했으며, 거기다가 피고인을 체포하려는 경찰을 흉기로 찔러 40바늘을 봉합할 정도로 다치게 한 점 그리고 뺑소니 혐의로 징역 5월을 선고받아 형의 집행을 종료한 지 2년만에 범죄를 저질러 누범”이라며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1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안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지고, 흉기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배를 갈라 자해하려는 시늉을 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여성인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로써 피해자에게 해악의 고지를 한 것으로 협박”이라며 “따라서 협박죄에 해당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제외한 나머지 죄의 피해자인 김씨와 합의가 이루어진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년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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