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명령 위반한 경찰이 낸 위헌신청 기각

대전지법,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 위헌제청신청 기각 기사입력:2006-07-05 16:59:42
경찰이 검사의 인권옹호직무에 관한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139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박관근 부장판사)는 5일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의 인권옹호에 관한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 등)로 기소된 충남경찰청 A경감(43)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6초기57)을 기각했다.

피고인 A경감은 상습사기 혐의로 긴급체포된 피의자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구속사유를 심사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심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듣고도 2회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현행 형법 제139조(인권옹호직무방해)는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A경감은 “이 법률조항 중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 또는 명령’ 부분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처벌법규로서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해 헌법에 위반되며, 또한 직무유기죄와 비교할 때 검사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만을 유난히 무겁게 규율하고 있어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지난 1월 24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법원 판례(2005도733)을 인용하며 “비록 어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고 하더라도, 처벌법규의 입법목적과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해 건전한 법관의 양식이나 조리에 따른 보충적인 해석에 의해 의미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수 있는 경우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로서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검사의 직무집행’부분이 다소 불분명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관계 법령을 종합하면 무엇이 검사의 정상적인 직무집행(명령)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평균인의 건전한 상식이나 통상적인 법 감정을 통해 어렵지 않게 불명확성이 해소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식 등으로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해 충분히 보완될 수도 있어 불명확한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또 “직무유기죄와 비교해 법정형이 높게 책정돼 있더라도 단지 두 죄의 법정형만을 평면적으로 비교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수한 지위에 있는 공무원에 의한 인권침해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규정을 둔 형법 제125조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잉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반세기가 넘도록 존치하고 있는 사정, 범죄 상호간에 죄질의 경중과 법정형의 높고 낮음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매우 높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위반행위는 선고유예까지도 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특정분야에서 국가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예방하고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해 단지 징계처분만으로 충분할지, 형벌 동원이 필요한지, 가중처벌규정까지 둘 것인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길 사항”이라며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볼 때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었다고 함부로 폄하하기 어려워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신청인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A경감이 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면서 중단됐던 재판은 이날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곧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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