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현장 부근에 있었다고 범인 단정 못해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에 간접증거도 유죄인정” 기사입력:2006-07-04 20:16:35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되면 간접증거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유죄의 증명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가 돼야지 그에 미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익 부장판사)는 최근 내연녀와 다툰 후 헤어지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자 앙심을 품고 내연녀의 자동차에 불을 지른 혐의(일반자동차 방화) 등으로 기소된 A(38)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한 사건. (2005고합703)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4년 2월부터 피해자 B(39)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지내면서 성격 차이 등을 이유로 자주 다투어 오던 중 2005년 6월 5일 새벽 2시경 피해자와 금전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끝에 “헤어지자”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피고인은 내연녀의 집이나 자동차를 방화할 것을 마음먹고, 집으로 찾아가 마침 주차돼 있던 내연녀의 차를 발견하고 인화성 물질을 붓고 불태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할 당시 화재 장소인 피해자의 집으로부터 200∼300m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새벽에 B씨와 크게 다퉈 화해하기 위해 간 것이지 불을 지르기 위해 간 것은 아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죄의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이어야 하나, 합리성이 없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되면 간접증거로도 할 수 있으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방화가 일어날 무렵 피해자의 집 부근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 피해자를 만나 화해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당시 피해자는 집에 없다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 줬다는 진술에 비춰 보면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화해를 하러 갔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집에는 가지 않은 채 근처 200∼300m 까지만 갔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방화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방화하는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있다거나 방화에 사용된 인화성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단지 검사가 제시한 유죄의 증거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을 낸다고 말한 적이 있다거나, 방화 직전 서로 다퉜으며, 범행 현장 부근에 있었다는 사실뿐”이라며 “여기에 피고인이 범행 현장 부근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는 사정을 보태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방화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방화란 특정목적을 갖고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범죄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므로 이 사건 범행도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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