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를 받은 검찰수사관들로부터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한 피의자들이 검사와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피의자에 대한 인권옹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검사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재판장 유철환 부장판사)는 5월 30일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검찰수사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A씨 등 4명이 홍OO 전 검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106949)에서 “피고들은 각각 원고들에게 1,5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수사관들은 2002년 10월 원고 A씨 등을 상대로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할 당시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원산폭격’을 시키고, 수갑을 찬 채 드러눕게 한 후 양다리 등을 걷어차는 등 폭행 및 가혹행위를 했다.
검사인 피고 홍OO은 조사실에 들렀다가 A씨가 수사관들로부터 뺨을 맞아 흐트러진 상태에서 신발을 벗고 수갑을 찬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후에도 다시 조사실에 들렀을 때도 같은 상황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함께 체포돼 조사를 받던 조OO씨는 검찰에 인치된 지 불과 20시간만에 사망했고, 이에 지난해 국가로부터 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 받았다. 또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홍OO 전 검사는 피의자 사망사건을 공모ㆍ방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5년 5월 징역 1년6월을 확정받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검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사건을 수사해 처리하고,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나아가 사법경찰관리 등 검사의 지휘를 받는 자들에 대해서도 피의자 등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검사인 피고 홍OO은 검찰수사관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피의자인 원고들을 심리적·육체적으로 제압한 다음 신문해 자백을 받아낼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했고, 이에 수사관들이 원고들에게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형사절차에 관한 원고들의 권리를 고의로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 홍OO과 다른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말미암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홍OO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기한 위법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들이 당한 폭행 및 가혹행위가 극심해 정신적 피해도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을 통해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통한 자백강요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 피고 홍OO 등으로부터 합의금을 전혀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배상액을 1,50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수사관 가혹행위 묵인…검사와 국가 공동배상
서울중앙지법 “피고들은 각각 1,500만원씩 지급” 기사입력:2006-06-02 14: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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