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태국 국적을 갖고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받아 국내에서 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관광가이드로 일해 온 A씨가 2004년 10월 태국산 신종마약인 ‘야바’ 2정을 국제특급우편물로 위장해 들여와 서울 화곡동 자신의 집에서 투약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기관에 체포된 A씨는 피의자신문에서 “우편물 안에 야바가 있는지 몰랐다”고 계속 부인했고, 체포 사실을 전해들은 A씨의 아버지와 친척들은 태국에서 입국해 검찰을 찾았다.
이때 검찰 수사관은 A씨의 아버지와 친척에게 “피고인이 무조건 부인하면 아주 강하게 (처벌)해버리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수사관은 “자백하지 않으면, 추방되고, 자백하면 추방되지 않는다. 잘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와 친척은 A씨에게 “수사관이 추방시켜 버린다고 하더라. 평생 감방에서 살거냐. 너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 끌어봐야 불리하니까 안 했어도 한 것으로 자백하라”고 설득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줄곧 범행을 부인하다가 가족들을 만난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국내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어 강제추방을 당할 경우 자신이 닦아 놓은 생활기반을 잃게 되는 처지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자백의 가장 큰 계기는 ‘추방’이라는 말을 전해 들고 자백으로 가벼운 처벌과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찰에게 외국인 추방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피고인이 자백해도 추방을 면할 아무런 보장이 없는데도 피고인이 자백하면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검찰수사관의 말에 기망 당해 ‘야바’ 수입 등 공소사실에 대해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따라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