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져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2살 된 아들과 생후 3개월 된 딸과 함께 동반자살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아이들만 숨지게 한 20대 주부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성철 부장판사)는 최근 어린 자식들과 함께 동반자살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A(28·여)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A씨는 3년간의 연애 끝에 2002년 10월 남편과 결혼해 2003년 7월 아들을 낳고, 2005년 4월 딸을 출산했는데 그 무렵부터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져 자살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죽고 나면 어린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게 되므로 차라리 아이들과 같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끝에 2005년 8월 16일 경남 통영시 용남면 신거제대교에서 어린 두 자녀를 안고 동반 투신자살을 기도, 아이들을 사망케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병원의 정신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양형 이유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다가 조류에 떠밀려 해변에 도착함으로써 목숨을 건진 반면 생후 3개월 남짓 되거나 2년 남짓 된 어린 아이들의 목숨만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이 자살한 뒤에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을 염려한 끝에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신만 살아남고 아이들만 사망하게 돼 평생 형벌보다 더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 점과 무엇보다 이 사건 최대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눈물로써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면서 피고인이 가정으로 돌아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남매 숨지게 한 산후우울증 주부 집행유예
부산고법 “평생 형벌보다 엄청난 고통 안고 살아” 기사입력:2006-04-18 12: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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