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이어 “사형집행을 당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고인 8명의 유가족들이 2002년 12월 법원에 재심청구를 했으나 3년이 지나도록 재심개시 결정조차 내려지지 않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재심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것도 이유겠지만, 사법부가 ‘독재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재심개시 결정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그러면서 “30년의 세월이 흘러 고문·조작 관여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낸다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수사방향을 정하고 고문·조작했음을 뒷받침할 만한 서류도 남아있지 않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이제 사법부가 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특히 민변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국정원 진실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확정판결을 대신할 만한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법부 스스로 자신의 치욕스러운 잘못을 밝히고 피고인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영영 포기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사법부가 명예회복 기회를 포기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법부는 재심 개시를 통해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고인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법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이를 위해 우선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은 진상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개정하고, 나아가 과거청산 관련 진상규명을 담당하는 국가기구 또는 위원회에서 고문·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사건은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이 가능하도록 특별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끝으로 “이번 발표를 계기로 독재권력이 사법절차를 이용해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고문 등 가혹행위로 사건을 조작한 사실들을 밝혀내고, 법적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작업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돼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또한 사법부가 독재권력에 협력한 과거를 청산하고 훼손됐던 사법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