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의 검복(檢覆)을 벗은 김상희 차관은 “법무차관이라는 자리는 임기가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뜻밖의 사유로 인해 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해 오던 퇴임의 시점이 아닌 때에 떠나게 됐다”고 다시 한번 억울함으로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어 “무릇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가야 할 때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배웠고, 저 또한 언젠가 그런 때가 오면 당당하게 맞이하리라고 생각해 왔다”며 “제가 법무차관에 있음으로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가 국민들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신뢰성이 손상돼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30년간 봉직해 온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퇴임 배경을 밝혔다.
그는 또 “막상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자리에 서니 인간적인 감정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돌이켜보면 개인적인 생활을 희생하며, 오직 사회정의구현을 위해 매진한 세월이었다”고 검복을 벗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차관은 그러면서 “특히 검사로서 남들이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대형사건의 수사를 많이 참여하는 행운을 가졌다”며 “초임검사 시절에 선배들과 함께 수사에 참여했던 ▲이철희·장영자 사건 ▲명성 사건 ▲영동개발진흥 사건 ▲5공비리 사건은 물론이고, 급기야 두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을 법정에 세워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워진 12·12와 5·15 사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 사건 등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리는 매우 중요했던 사건 수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법무·검찰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김 차관은 “법무·검찰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휴일도 잊은 채 근무하는 데 비해 제대로 격려해주지 못하고 좀 더 나은 업무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여러분을 대하려고 노력했으나 혹여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거나 섭섭한 점이 있었다면 이날 이후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법질서 확립의 중추기관인 법무부와 검찰이 중심을 잡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깊이 인식하고 과연 무엇이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법무·검찰과 국민을 위한 대의의 길인지를 고뇌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요기 뿐만 아니라 강자에게는 추상같되, 사회적 약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자세를 견지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