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룸 전담 관리하면서 보증금 반환 거부 유죄 원심 파기환송

추후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기사입력:2026-09-25 11:56:15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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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원룸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서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9. 3. 선고 2025도11442 판결).

대법원은 모친과 형제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위임을 받아 건물(원룸)을 관리하면서 임대차계약, 보증금 수령·반환, 건물 관리비 지출 등을 사실상 전담해왔다는 점등을 보면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증빙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만큼 불법영득의사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봤다.

피고인(70대)은 피해자 B(배상신청인)의 형으로, 서울 노원구 ○○원룸(이하 ’이 사건 건물‘, 19개호실)에 대하여 모친 K의 위임을 받아 1996년경부터 형제 B, D 등 소유자들을 대리하여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 계약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피고인은 2018. 9. 4. 서울 노원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F과 이 사건 건물 G호에 대한 보증금 5,000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18. 9. 29. 위 F으로부터 보증금 5,000만 원을 교부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20. 9. 28. 계약이 만료되어 F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이를 반환하지 않고, 2022. 2. 22. 피해자가 F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로부터 보증금을 반환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했다.

피고인은 2018. 3. 12.경 이 사건 건물 H호에서 임차인 I와 임대차보증금 50만 원, 월 차임 30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I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 은행 계좌로 50만 원을 송금받고, 2018. 7. 3.경 임대차계약 내용을 임대차보증금 3,000만 원, 월 차임 13만 원으로 변경하고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위 계좌로 2,950만 원을 송금받고, 2018. 11. 3.경 다시 임대차계약 내용을 임대차보증금 4,000만 원, 월 차임 7만 원으로 변경하고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위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받아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4,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피고인은 임대차보증금 4,000만 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임대차계약 만료 후 2021. 11. 3.경 피해자로부터 I에게 3,000만 원을 반환하도록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상 보관하는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했다.

(쟁점사안) 피고인이 수십 년간 건물 임대차보증금 등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관리해 온 상황에서,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의 용도가 해당 임차인에게 그대로 반환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심(서울서부지법 2023고단2327, 2024고단944병합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배상신청인 B에게 횡령금 5,000만 원의 지급을 명했다. 초범인 점,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바 없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횡령행위로 인정된다.

피고인이 건물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거나 최초 임대차보증금 2억5000만원의 반환채무를 피해자 등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받은 보증금은 피해자를 위해 업무상 보관하던 돈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형법 제328조 제1항 이외의 친족관계가 있다면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규정된 횡령죄는 형법 제361조, 제328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상대적 친고죄에 해당한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본문은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6개월이 도과하기 전인 2022. 6. 20. 고소를 제기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2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6. 26. 선고 2024노756 판결)은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항소를 기각했다.

임차인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이들에게 그대로 반환되어야 할 것으로서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이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위해 이를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한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어떠한 자금의 용도가 추상적으로 정하여져 있다 하여도 그 구체적인 사용 목적, 사용처, 사용 시기 등에 관하여 보관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이를 사용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지출한 후에 그에 관한 사후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면, 보관자가 위 자금을 사용한 다음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위 자금이 본래의 사용 목적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지출하였다는 등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피고인, B, D은 모두 모친 K의 자녀로 형제관계에 있다. 이 사건 건물은 1996. 9. 4. 각 그 1/3 지분에 관하여 K, B, D 명의로 각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이후 K가 자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지분을 B, D에게 절반씩 증여, 2008. 1. 8. B, D가 이 사건 건물을 각 1/2 지분씩 공유하게 되었다. K은 2018. 6. 29. 사망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이 신축된 1996. 9.경부터 모친인 K의 위임을 받아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면서 이 사건 건물 19개 호실의 임차인들과 임대차계약 체결, 임대차보증금 반환, 이 사건 건물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지출 등 업무를 수행했다.

D는 이 사건 건물의 공유자들임에도 임대차계약의 체결 및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고, K의 위임을 받은 피고인이 수십 년간 임대차계약의 경과, 보증금의 지출 등에 관한 보고나 증빙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서 계속 임대차보증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임차인들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한 후, 임차인이 퇴거하는 경우 호실의 구별 없이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고 건물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지출해 왔다.

K의 사망 이후 2019. 7. 19.경 D이 피해자 B와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건물과 관련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형제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임대차보증금의 귀속 및 반환과 관련된 분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에 관한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본래의 사용 목적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했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그 관리를 위임받은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은 이를 그대로 보관했다가 추후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20년 이상에 걸쳐 모친과 형제들로부터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임대차보증금의 수령 및 반환과 각종 건물 관리비용 등 금원의 보관 및 지출 업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용 목적, 사용처, 사용 시기 등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이를 사용할 권한이 사실상 부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에 관한 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는 형태로 관리업무를 수행해 왔던 이상, 피고인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임대차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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