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회사 숙소서 자다가 화재로 사망…업무상재해 아냐” 왜?

1심 “업무상재해 아냐”→2심 “업무상재해”→3심 “업무상재야 아냐” 기사입력:2015-05-09 16:27:34
[로이슈=신종철 기자] 회사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일요일에 잠을 자다가 담뱃불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될까. 안 될까?

법원에 따르면 충북 보은군에서 살던 J씨는 인천에서 산업용 기계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에 기술연구직으로 취직을 했다. A씨는 집과 회사와의 거리가 멀어 회사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J씨는 2012년 1월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숙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사망했다. 화재 원인은 담뱃불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J씨의 유족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인 숙소의 결함이나, 사업주의 관리 소홀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J씨의 유족들은 “회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화재가 발생해 사망한 것이므로 업무에 수반한 행위로 인한 것이거나, 사업주가 관리하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관리 소홀로 인한 것으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2014년 3월 J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화재 당일은 일요일로 휴일이었고, 망인은 토요일인 그 전날 술을 마신 후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화재가 발생했고, 일요일 당직근무자 명단에 망인이 포함돼 있지는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이 화재가 업무수행과 관련돼 발생한 재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숙소를 구입해 원거리에 거주하는 근로자들의 출퇴근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점, 숙소 공과금 등을 회사가 지급해 온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숙소는 회사의 지배 및 관리하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숙소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화재 원인이 담뱃불로 추정되고, 이는 숙소에 출입하던 누군가의 부주의에 의한 것인 점 등에 비춰 보면, 회사가 숙소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회사가 숙소 시설관리를 소홀히 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재 원인이 담뱃불로 추정되고, 이는 숙소 이용자들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어서 회사의 시설관리 소홀과 화재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는 2014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숙소는 회사가 배정한 5명의 근로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도 수시로 출입하는 등으로 퇴근 이후 근로자의 사적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희박했던 점, 망인은 평소 일이 많을 경우 주말에도 근무했고, 그 경우 다른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당직 근무를 대신하기도 했는데, 화재 무렵에는 회사가 일본 업체에게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망인의 업무가 많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망인이 퇴근해 숙소에서 머무르거나 잠을 잔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회사의 지배ㆍ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망인의 본래의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ㆍ필요적 행위를 하고 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망인이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화재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이있는서울서초동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고등법원이있는서울서초동서울법원종합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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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휴일에 회사 숙소에서 자다가 숨진 J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4두4621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가 종료한 이후의 시간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사적인 영역으로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보장돼 있으므로, 망인이 업무 종료 이후 숙소에서 수면을 취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가 단지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달리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고는 망인이 휴일에 사적으로 술을 마신 후 자유롭게 귀가해 잠을 자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서, 사고 당시 망인의 행위가 본래의 업무행위이거나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이거나 필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회사는 사업장의 지리적 위치나 주변 여건상 출퇴근이 부적당해 숙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단지 원거리 거주 근로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숙소를 마련해 제공한 것이고, 출입이나 이용도 입주근로자들이 자유롭게 행했다”며 “따라서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해 숙소에서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달리 망인이 화재 발생 업무를 위해 숙소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화재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고가 숙소의 결함이나 사업주의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면, 화재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가 근로자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면서 냉장고 등 집기를 비치하거나 공과금을 납부하고 정기적으로 청소했다거나, 망인이 평소 일이 많으면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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