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사고로 인해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 중인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사고 수습을 돕다가 뒤에 오던 차에 치어 숨진 경우 망인은 승객으로 봐야 하는 만큼 버스운전기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OO씨는 2003년 6월1일 밤 12시 20분경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강릉으로 가던 중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관광버스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인 문OO씨는 버스를 사고지점에서 70m 떨어진 갓길에 정차시킨 후 승객 일부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채 버스로부터 100m 정도 떨어진 곳의 갓길에 서서 손전등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에게 사고사실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 때 승객 김OO씨와 박OO씨는 버스에서 내려 사고수습을 도왔다. 그런데 문제는 10분 후 벌어졌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이OO씨의 승용차에 치어 김씨는 숨지고, 박씨는 중상을 입었다.
이에 A보험사는 김씨와 박씨의 가족에서 보험금 2억 3100만원을 지급한 뒤, “버스기사가 비상시의 조치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며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김형연 판사는 2005년 4월 “2차 사고는 관광버스의 운행 중 발생한 1차 사고로 인해 관광버스를 고속도로 갓길에 비상 정차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사고”라며 “피고는 원고에게 1억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전세버스연합회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경종 부장판사)는 2006년 2월 원고 승소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승객 일부가 사고 수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버스에서 내려 후방 갓길에서 라이터 등을 켜들고 진행 차량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2차 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2차 사고 당시 김씨는 임의로 버스 운행자의 지배하에서 벗어남으로써 더 이상 승객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보험사에서 상고했고, 대법원 제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승객이란 자동차 운행장의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승차한 사람을 의미한다”며 “반드시 자동차에 탑승해 차량 내부에 있는 자만을 승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운행 중인 자동차에서 잠시 하차했으나 자동차의 직접적인 위험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자도 승객의 지위를 갖는다”며 “이를 판단함에는 운행자와 승객의 의사, 승객이 하차한 경위, 하차 후 경과한 시간, 자동차가 주정차한 장소의 성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춰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버스 운전사가 1차 사고 후 버스를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시킨 다음 사고 수습 등을 위해 하차하면서 따로 차내 방송 등을 통해 망인 등을 비롯한 승객들에 대해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리거나 버스 내부에서 계속 대기하라고 말하지 않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망인 등은 2차 사고 당시 비록 관광버스에서 하차하고 있었지만 사고 수습을 돕기 위한 것으로 운행 중인 관광버스의 직접적인 위험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승객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사고 버스서 잠시 내리면…승객일까 아닐까
대법 “승객 맞다…사고 승객에 운전기사도 책임” 기사입력:2008-03-07 14: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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