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화났다!…대운하 백지화 촉구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면 국민 저항에 직면” 경고 기사입력:2008-03-07 12:20:36
이명박 정부의 최대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교수들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률가들까지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서 현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률가 156명이 주축이 돼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모임’을 발족하고, 대운하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법률가들이 새정부 초기에 핵심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법률가 모임 발족 및 법률가 156인 선언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조성오 변호사가 모임 발족 및 반대 선언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조성오 변호사는 “현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반대여론을 의식해 운하사업에 대해 쉬쉬하는 한편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 초안을 작성하는 등 모든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며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만 얻으면 일사천리로 대운하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거침없는 기세”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운하로 인해 초래될 국민생존권 침해와 환경생태·문화·역사파괴를 헌법과 국제적 생태·환경 규범의 이름으로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선언문을 발표한다”며 “대운하 계획 자체가 철회될 때까지 법적·정치적 문제점들을 계속 지적·비판하고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날 반대 선언문에는 백승헌(민변 회장), 송호창 등 변호사 80명과 서울법대 송석윤, 조국 교수를 비롯한 전국 법대교수 76명 등 총 15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법률가답게 대운하의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대운하 사업의 법적 문제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 제시했는데, 이를 요약했다.

첫째, 법률가들은 먼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담은 헌법 전문을 상기시키며, 이 사업은 대운하 예정지 내만 하더라도 250곳에 달하는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1만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4대 강의 역사를 지우고 한민족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운하는 주변의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를 줘 농업생산물에 의존해야 하는 국민들의 삶을 파괴시킬 것이고, 홍수와 자연재해는 국민 생명권을 직접 침해하게 될 것이며, 국민 70%가 이용하는 한강과 낙동강이라는 식수원을 오염시킬 것이므로, 결국 운하사업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국민의 기본권을 근본부터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정부는 운하사업을 100%로 민간자본으로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국민 모두의 공유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모두 시장에 넘기려 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공유재산을 완전히 포기하는 헌법포기, 헌정질서 교란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계획 중인 대운한 특별법은 사업시행자에게 운하건설에 필요한 토지, 건물에 대한 소유권, 광업권, 어업권 등을 마음대로 수용·사용할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국유 및 공유재산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 개발권을 부여해 국토와 자원을 시행자에게 통째로 넘겨주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봉건주의적 작태라고 일침을 가했다.

넷째, 역대 정부는 환경과 국토 그리고 자원을 총체적으로 보호·보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대운하 사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 시대와 함께 시작된 대한민국의 환경·생태법률체계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법질서 파괴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섯째, 대운하 사업은 물과 물길의 관리에 관한 국제기준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대운하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특별법에 근거해 모든 검증절차를 3∼4월 사이에 끝내려고 하는데,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자연 파괴적 독재적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대운하 계획의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이번 반대 선언문의 초석을 다진 최재홍 변호사. 이번 선언문의 주요내용은 이날 최재홍 변호사가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법적 문제점’을 연구해 발표한 내용이 뼈대를 이뤘다.

최 변호사는 “대운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헌법을 포함해 기본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만으로 운하사업 시행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국민의 의한 정치인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호사들은 “국민 합의 없이 진행되는 대운하 사업은 시장권력, 자본권력과 국가권력이 합작되는 독재에 불과하다”며 “한반도에 생명·생태·환경 재앙을 가져다 줄 대운하 사업은 결코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운하 사업을 지금처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정부 여당은 4월 총선에 이어, 헌법과 법질서, 생명·생태와 인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는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선언식에 참석한 법률가들은 “향후 운하건설 계획 또는 특별법이 현행 법률과 상충되는 법률 목록을 작성해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국토계획, 환경정책, 농업정책, 경제정책, 부동산정책과 위배되는 점을 밝혀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 법학교수와 법률가들로 참여의 폭을 넓혀 활동할 예정이며, 더불어 대운하 특별법 제정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독일의 운하와 관련해 활동해 왔던 독일 운하전문 법률가를 초청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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