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이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취객을 돕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OO(62)씨가 근무하는 서울 가락동 A아파트는 입주민 1만 2,000명이 거주하는 곳으로 단지 내에 우체국, 파출소, 동사무소, 상가 등이 있어 입주민뿐만 아니라 내방객의 왕래가 많았다.
또 아파트 후문 쪽에는 상가와 주택이 밀집돼 있고, 남문 쪽으로는 남부순환도로가 연결돼 있어 차량 통행이 빈번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다.
그런데 2006년 2월 10일 밤 10시경 김씨는 만취한 전OO씨가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 나와 인도로 가지 않고 비틀거리며 남부순환도로로 걸어 들어가 통행하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고 급제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 때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김씨는 도로에 앉아 있던 전씨를 일으켜 인도로 끌어내던 중 이OO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크게 다쳤다.
한편 이 아파트에서는 술에 취한 주민이나 내방객 등이 경비원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관리소장은 평소 경비원들에게 취객이 와서 주정을 하면 모두 주민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웃으면서 친절히 대할 것을 강조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에는 입주민과 내방객이 많은 데다가 외부인의 통행도 많아 경비원들로서는 아파트 단지에 출입하는 사람이 입주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김씨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요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사고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또 취객 구조에 사업자의 지시도 없었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김정욱 판사는 김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사고가 아파트 구내를 벗어난 지점이기는 하나, 평소 교통사고 위험이 있어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안전을 관리해 오던 곳이고, 또 전씨가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원고는 전씨가 입주민인지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웠으므로, 전씨가 입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구호가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교통사고 방지업무나 내방객 구호업무가 본래 경비원 업무는 아니지만, 관리소장도 평소 취객에 대한 친절을 강조해 왔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만취상태의 내방객을 구호하려던 원고의 행위를 업무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개인적인 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가 아파트 진입로 부근에서 교통사고 위험에 직면한 급박한 상황에서 구호를 시도한 것은 사회통념상 교통안전 등을 위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서,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경비원 취객 돕다 사고…업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 “아파트 단지 내 아니어도 구호 업무와 연관” 기사입력:2008-02-19 22: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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