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지갑을 훔쳤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체포돼 기소된 20대 남자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학교 동창인 박OO(22)씨와 윤OO씨는 지난해 9월 19일 새벽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한 음식점 앞길에서 경찰관 2명에게 체포됐다.
경찰승합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송OO씨와 최OO씨는 마침 20m 전방에서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임OO씨에게 다가가 윤씨는 망을 보고 박씨가 김씨의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체포했다.
박씨와 윤씨는 “길에서 잠자고 있어 흔들어 깨운 것인지,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됐고, 이들은 법정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안성준 판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박씨 등의 범행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안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해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에 대한 경찰조사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회유에 의한 허위 내용의 자백조서가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죄 판단의 배경에는 현장에서 이들을 체포한 단속경찰관들의 법정진술이 엇갈리고, 또 그 내용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먼저 경찰관 송씨는 법정에서 “피고인 박씨가 임씨의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으나, 함께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최씨는 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또한 검사는 “피고인 윤씨가 망을 보고, 박씨가 임씨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며 기소했으나, 법정에서 송씨는 “윤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진술하고, 최씨는 “윤씨는 뒤에 서서 보고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그 내용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안 판사는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는 불빛이 별로 없어 어두웠고, 범행을 목격했다는 두 경찰관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경찰관들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박씨가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는 행위와 절취행위를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오히려 윤씨가 망을 봤다면 20m 정도 떨어져 있는 경찰승합차를 별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인데 이를 찾지 못하고 지갑을 훔쳤다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판사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모두 전과가 없는 데다가, 현장 단속경찰관들의 진술이 완전히 배치되며, 이들 중 어느 주장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 자료가 별로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경찰관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로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비록 단속경찰관의 진술일지라도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형사재판에서 증거주의와 무죄추정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원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현행범 체포…법원은 ‘무죄’
안성준 판사 “단속경찰관들 법정진술 엇갈려 신빙성 없어” 기사입력:2008-02-13 10: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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