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사건 로비 최기문 전 경찰청장 실형

남대문서장과 수사과장도 실형…법원 “경찰존재 이유 무색” 기사입력:2008-01-25 09:50:35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장희곤 전 서울남대문경찰서 서장,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이 24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러나 “피고인들이 범죄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다투고 있어 항소가 예상돼, 항소심에서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주장과 입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기 위해서”라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최 전 청장은 지난해 3월 12일 고교후배로 절친한 사이인 장희곤 남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를 상대로 한 수사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하고, 장 서장은 강대원 수사과장에게 “북창동 사건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직 피해자들 신고도 없고 고소장도 제출되지 않았으니까 빨리 철수하라”고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

또 사건이 무마되지 않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별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자, 최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고위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며 부탁하는 등 사건이 남대문경찰서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청탁했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 고문인 최 전 청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이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구 판사는 먼저 “서울지방경찰청 산하에 광역수사대가 설치된 것은 권력이나 금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어 경찰서에서 처리하기 부적절한 중요사건을 수사능력이 우수한 경찰들로 하여금 로비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을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하도록 청탁한 것은 범죄수사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을 역임한 피고인은 사회의 비리나 부조리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척결하고 단죄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력, 인맥을 총동원한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경찰고위간부들을 동원해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비록 경찰관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했고, 또 한화그룹 고문의 지위에서 회장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그룹 고위임원들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어 실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 “경찰수사권이 돈이나 권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

구회근 판사는 또 최 전 청장의 청탁을 받고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고,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기까지 수사를 벌이지 않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로 기소된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과 강대원 전 수사과장에게 대해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 판사는 “피고인들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사건이 광역수사대에서 경찰서로 이첩되는 과정에 정당하지 못한 로비가 개입됐으며, 이첩은 서울경찰청 규정에도 명백히 반하는 조치여서 서울경찰청 간부들의 잘못도 중함에도 이들은 전혀 기소되지 않은 점, 한화그룹의 불법적인 시도가 좌절된 점 등에 비춰 볼 때 선처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범죄는 경찰조직의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한 것으로서 경찰수사권이 돈이나 권력에 의해 얼마든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이로써 국민들이 받은 실망감이나 좌절감이 극에 달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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