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늦장수사로 공소시효 지나…국가 배상책임

서울중앙지법 “국가는 피해자에 위자료 300만원 지급하라” 기사입력:2008-01-02 09:42:54
고소사건을 맡은 경찰관이 피의자와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속하게 수사를 하지 않아 결국 공소시효를 넘긴 경우 국가가 고소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박OO(60)씨는 2003년 6월 전OO씨 등 6명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 N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관 심OO 경사가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그런데 심 경사는 고소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와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늦장수사’를 진행하다가 2006년 9월에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고 이를 박씨에게 통지했다.

이에 박씨는 “공소시효가 도과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경우 더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담당 경찰관이 이를 다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내주 부장판사)는 박씨가 국가와 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박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재판부는 그러나 담당 경찰관 심씨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은 묻지 않았다.

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시효를 도과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의 경우 판결로써 면소(免訴) 선고를 하도록 돼 있고, 면소 판결이 선고되면 동일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다시 판결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공소시효가 도과 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경우 더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심씨는 고소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출석치 않거나 소재가 불명하다는 이유로 고소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송하기를 반복하고, 특히 원고가 2004년 3월 추가 고소장을 제출한 때로부터 2005년 5월 고소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송할 때까지 아무런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고소사건 중 3개의 범죄사실은 공소시효가 도과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씨의 과실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3개 범죄의 경우 원고가 처분을 통지 받은 후 불법절차를 거치더라도 실질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됐다”며 “따라서 원고가 심씨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재판부는 “고소사건 중 일부에 대해 공소시효가 도과된 경위, 그로 인해 원고의 절차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된 정도, 공소시효가 도과된 사건의 실질적 처벌가능성 등을 참작해 종합해 보면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3,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심씨가 고소사건 중 일부에 대한 공소시효 기간이 도과되도록 한 과실은 인정되나, 달리 심씨에게 공소시효 도과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피고 심씨 개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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