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판사와 친분 과시하며 수임료 꿀꺽

대법원, 변호사 배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기사입력:2006-12-03 00:11:14
구속 수감 중인 피의자에게 접근해 “당신의 형사사건 재판장은 내 후배인데 나와 절친하니 잘 얘기해 선처 받을 수 있도록 로비해 주겠다”고 속여 피의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변호사 배OO(48)씨는 99년 6월부터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사무실을 운영해 왔는데 2003년 8월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던 A씨를 찾아가 만났다.

그런데 A씨는 이미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해 7,000만원을 지급하고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날 배씨는 A씨를 접견하면서 “당신이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지법 재판장은 고등학교 후배로 나와는 절친하다. 내가 잘 이야기해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로비를 해 줄 테니 로비 비용으로 2,000만원을 달라”고 말했다.

이후 배씨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자신을 믿었던 A씨의 아내로부터 형사재판과 관련해 담당판사에 대한 교제비용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배씨는 또 A씨에게 “구치소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매주 한번씩 특별접견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테니 1개월에 200만원씩 달라”고 말해 승낙을 얻은 뒤, 역시 A씨의 아내로부터 3회에 걸쳐 6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하지만 배씨는 A씨로부터 돈을 받고도 변호인선임 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법원에 변호인선임 신고서를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A씨에 대한 형사재판과 관련해 수사기록을 열람하거나 검토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배씨는 법정에서 A씨를 위해 변론을 한 사실도 없으며, 담당 재판부를 직접 찾아간 사실이 없었음에도 A씨에 대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자 A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재판장을 찾아가 부탁했다”며 속였다.

배씨의 이런 범행행각은 나중에 들통나 구속됐다 풀려났으며,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초범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수수한 돈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배씨가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월24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5도3255)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구속 수감중인 A씨에게 담당 재판장과 고교 선·후배 사이임을 강조하면서 개인적으로 만나 A씨의 억울한 부분을 풀어주고 형량을 낮춰 주겠다면서 로비 비용으로 2,000만 원을 요구했고, 그 후 A씨의 처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받은 2,000만원은 정당한 변호활동의 보수가 아니라 A씨의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에 대한 교제비 명목으로 수수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따라서 변호사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배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에 따라 앞으로 4년 동안 변호사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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