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 발언과 관련, 정상명 검찰총장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형사재판부 판사들이 검사들의 도를 넘는 행태를 잇따라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먼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는 22일 법원내부게시판(코트넷)에 올린 ‘대법원장 말씀과 관련한 논쟁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검찰이 무죄판결이나 영장기각에 관해 불만이 있으면 헌법기관인 법관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판사에 대해 뒷조사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검찰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사례를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수집하고 대응을 강구해야 하며, 그런 행동이 거듭되는 경우 징계요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란만한 것은 검찰이 법관의 인사에도 관여한 흔적도 포착된 것.
2003년 수원지법에서 형사재판장을 지낸 서울서부지법 이종광 판사도 25일 법원내부통신망에 검찰의 행태를 꼬집는 ‘2003년 형사재판장의 추억’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종광 판사는 지난 6월 “부동산 명의신탁자는 나중에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종전 대법원 판례 변경을 주문해 화제가 된 판사.
이 판사는 ‘2003년 형사재판장의 추억’이라는 글에서 검찰의 행태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 사례 3가지를 소개했다.
◈ 에피소드 1 = 이 판사에 따르면 당시 주택관련법 벌금 사건에 대한 재판이었는데 처벌 조항이 같은 법 다른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
하지만 검사는 ‘작년까지 처벌됐는데 왜 그러냐’면서 응하지 않았고, 그 검사는 모든 형사부 판사들에게 지금까지 그 조항으로 처벌했다는 취지의 문서를 돌렸다.
이 판사는 수석부장님도 그 서류를 보시고 화를 내셨다는 말을 들었으나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2심에서 적용 법조항이 변경되는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고 벌금이 선고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 에피소드 2 = 이 판사에 따르면 피고인이 회사 매각과 관련해 3억원을 배임 수재했다는 재판이었는데 피고인은 수사기록상 계속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날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피고인이 당시 정황상 3억원을 받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는 것.
그럼에도 검찰 특수부에서 직접 수사한 사건인지 법관이 사건의 정황에 의심을 갖는 태도를 보이자 검찰에서 6개월 보직인 공판검사를 아무 말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바꾸어 버리더니 수사한 부부장 검사가 법정에 나왔다고 이 판사는 말했다.
그런데 부부장 검사는 “이런식으로 재판하면 우리 수사 못 합니다”라고 말해 “법정에서까지 그런 말을 합니까”라며 재판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며칠 후 5년만에 친구인 검사가 나를 보겠다고 찾아왔는데 대학 때 친했지만 근무지가 달라서 자주 못 봐 무슨 일인지....”궁금했지만 “어쨌든 오랜만이라 저녁을 사주었는데 친구가 ‘검사장님을 만나고 왔다’면서 ‘그 사건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은 것이 맞다’는 취지의 말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갈등이 일었으나 피고인의 허한 눈길이 떠올랐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돈을 받았는가의 하는 단순한 문제에 대해 장문의 판결을 썼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고 검찰의 압박을 털어놨다.
◈ 에피소드 3 = 특히 이 판사는 “그 해 가을 11월인가, 공판검사가 우리 계장에게 내가 다음해에 인사 조치된다는 말을 했고, ‘윗선에서 얘기가 다 됐다’는 말도 들었다”며 “민사든 형사든 재판장은 2년 근무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사건에만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증인들의 말을 직접 들어 보니 수사의 허술함이 곳곳에서 느껴져 무죄 판결이 많아 졌고, 같은 법원의 형사 2심 재판장이 검찰로부터 협박당한다는 소문이 동료의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 판사는 “얼마 지나 전화가 왔는데 다음 주 수요일부터 민사재판부로 일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며 “내가 멍하게 민사재판을 하면서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해 가을 친일파 후손의 땅찾기 소송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때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무소불위 검찰, 법관 뒷조사에 인사개입 폭로
공판검사로부터 “윗선에서 얘기 다 됐다”는 말 들어 기사입력:2006-09-25 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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