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자살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것으로 봐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8월 25일 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망인 A씨의 남편과 자녀가 OO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지급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원고에게 보험금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2년 5월 피고 보험사와 보험기간을 2007년 5월까지로 정해 자신이 일상생활 중 사고로 인해 사망할 경우 법정상속인들이 보험금 4000만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무배당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2004년 4월 8일 집을 나가 소식이 두절됐다가 4일 후 포항의 형산강 물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이에 원고들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 스스로 형산강에 뛰어 들어 자살했던 것이고, 이는 보험계약 특별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A씨가 남편과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면서 2억 4,000만원의 빚이 있었고, 가출하던 날은 정비공장에서 6년간 근무하면서 친동생처럼 지내왔던 직원이 일을 그만두게 돼 슬프다며 혼자서 술을 마신 후 집을 나갔던 사실과 A씨의 발목에 흙이 묻어 있어 강물 속에 뛰어 들어 자살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 면책사유로서 ‘피보험자의 자살’을 규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면책사유로서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키 위해서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이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상 자살을 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자살 동기나 이유가 있고,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병력이 있으며, 자살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등의 직간접적인 경고나 위험신호를 하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유서를 남기는 것이 통상적인데, A씨는 자살 동기나 이유, 징후 또는 유서가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는 평소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부부관계나 인간관계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술을 마셨다’며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던 사실, A씨의 신발은 변사체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200m 떠내려간 곳에서 발견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런 사실에 비춰 보면 A씨가 자살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단정할 수 없어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유서 등으로 자살 단정 못하면 보험금 줘야”
대구지법, 유가족에게 보험금 4,000만원 지급 판결 기사입력:2006-08-29 20: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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