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 카드로 현금 인출하면 사기 아닌 절도

대법, 사기죄로 유죄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06-08-08 00:28:19
타인 명의를 모용해 부정발급 받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면 사기죄에 해당하지만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절도죄에 해당하고, 또한 ARS 전화서비스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신용대출을 받으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최근 이혼한 아내 명의로 신용카드를 부정발급 받아 현금서비스와 ARS 신용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사기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7년 5월 아내와 협의이혼했다. 그런데 A씨는 당시 채무가 5,000만원이나 되고, 운영하던 가게마저도 매달 1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이혼한 아내 명의를 모용해 신용카드 3장을 부정하게 발급 받았다.

이후 A씨는 2000년 8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이들 카드를 이용해 ARS로 수백 만원의 현금대출을 받거나 현금서비스를 받고도 제대로 변제하지 않다가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해 징역10월을 선고하자 상고한 사건.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타인 명의를 모용해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경우 비록 카드회사가 피고인에게 속아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을지라도 이는 카드회사가 카드명의인에게 허용한 것일 뿐, 피고인에게 허용한 것이 아니어서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행위로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카드로 ARS 전화서비스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 역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해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써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타인 명의를 모용해 발급 받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ARS 전화서비스나 인터넷 등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행위를 카드회사에 대한 사기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혼한 아내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더라도 카드회사가 피고인에게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절도죄, ARS 전화서비스 등을 이용해 신용대출을 받은 행위는 대출금융기관에 대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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