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라도 명의만 빌려준 경우 세금부과 위법

부산지법 “제2차 납세의무 지는 과점주주 아니다” 기사입력:2006-07-20 11:45:32
주주명부 등에 과반수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로 등재된 자라도,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경우라면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행정부(재판장 구남수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A(37)씨가 “친구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는데도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며 부가가치세 3,000만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중부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제2차납세의무자지정처분취소소송(2005구합3692)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친구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 (주)OOOO에 2000년 4월부터 2002년 10월까지는 감사로, 그 뒤 2005년 3월까지는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당시 A씨는 피고에게 신고된 2003년 주식변동상황명세서에 이 회사 발생주식총수의 66.6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피고는 2004년 이 회사에 대해 2003년 2분기 부가가치세 5,300만원을 부과했으나 체납했고, 이에 피고는 2005년 5월 A씨에게 회사의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며 체납세액 중 지분비율에 따른 부가가치세 가산금을 더해 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는 “회사 운영자인 친구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줘 감사 및 이사로 법인등기부에 등재되긴 했으나 회사 업무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또 친구가 원고의 허락 없이 주식을 원고 명의로 이전하고 주주명부에 등재했으나, 주식에 관한 권리를 행사한 바 없어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회사는 원고의 친구가 설립한 사실상 1인 회사로서 친구가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점, 원고는 다른 △△농협에서 근무하는 데다가 이 회사의 이사나 감사로 등재돼 있으면서도 급여를 받거나 회사와 금전거래를 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이사 또는 감사로서 이사회회의록 등 관계 서류에 서명, 날인한 것은 친구의 부탁에 따른 것일 뿐, 실질적으로 직위에 맞는 권한을 행사한 바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주명부상 회사의 과반수 주식을 소유한 주주로 등재되긴 했으나 단순히 명의를 빌려준 자에 불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는 이 회사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거나 회사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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