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3개월 뒤 피해자 자살…가해자도 책임

대구지법 서경희 판사 “교통사고와 자살 상당인과관계” 기사입력:2006-06-19 17:40:34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하는 상해를 입고 치료 중 상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3개월 후에 자살한 경우 교통사고 가해자에게도 2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5민사단독 서경희 판사는 지난 15일 교통사고 이후 치료 중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3개월만에 자살한 대학생 A씨의 가족들이 버스기사와 버스회사 등을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4가단115276)에서 “피고는 원고 부모에게 5300만원, 누나와 조부모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망인 A씨는 OO대학교 법대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3년 10월 대학교 내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내 교통질서를 위해 그어 놓은 중앙선을 넘은 상태로 진행해 오던 버스를 피하려다 도로가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왼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버스는 시속 15km로 진행했다.

사고 이후 A씨는 치료를 받아 오다 왼쪽 눈을 적출해야 할 상황에 이르자 치료로 인한 고통과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4년 1월 13일 안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서경희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망인의 일방적인 과실에 기한 것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학교 내 도로의 중앙선을 넘어 진행함에 있어 도로의 맞은 편에서 오토바이가 올 경우 속도를 줄이고 안전하게 교행할 수 있도록 주의해 진행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진행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피고들의 면책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아직 학생신분인 망인에게 있어 교통사고로 인한 신체장해와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런 신체장해 등을 비관하다 자살에 이른 것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만큼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이어 “다만, 망인도 도로의 맞은 편에서 진행 우선 순위가 있는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오는 경우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 버스의 진행사정을 살피고 안전하게 진행해야 함에도 충돌 직전에 이르러서야 황급히 피하려다 주차된 차량에 충돌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해로 인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삶을 포기한 커다란 잘못이 있고, 이런 망인의 과실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있어 중대한 원인이 됐으므로 망인의 과실을 80%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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