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직원 감금 논란 국가인권위 손으로

전공노 법원본부 진정서 제출…인권단체들도 비난 기사입력:2006-05-04 13:45:54
서울남부지법 A판사가 법원직원을 감금했다는 논란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 손으로 넘어갔다. 또한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법원행정처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여기에다 인권단체들까지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 부패와 권위주의 구태의 전형”이라고 사법부를 비난하는 등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김도영)는 4일 국가인권위에 낸 진정서에서 “A판사가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으면서 직원들에게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구하고, 불법 감금한 것은 직권남용이며 또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A판사에 대해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전보조치만을 함으로써 재판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판사에게 재판업무를 계속 맡기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법원내부통신망의 게시 글을 무단 삭제하고 언로를 차단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공노 법원본부 “서울남부법원장·법원행정처장·대법원장 책임져야”


법원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A판사 스스로 법원내부통신망에 사실 관계를 시인하고 국민을 재판하는 판사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A판사를 단순히 전보조치하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대법원의 태도와 조치에 대해 분노와 함께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법원본부는 “더구나 들끓는 전국의 직원들의 분노에 찬 항의와 적절한 조치 요구에 대해 대법원은 오히려 법원내부통신망의 게시글을 무단 삭제하고 급기야 전면 차단하는 등 언로를 원천 봉쇄해 사태를 악화시킨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법원본부는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내부 직원조차 인권을 유린하고 불법 감금해 이미 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에게 단지 판사라는 이유로 적절한 조치도 없이 전보 조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하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이미 국민의 사법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런 행태는 사법독재를 자행해 온 사법부의 현 실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사법과거 청산과 국민의 사법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극히 관료화된 소수 직업법관들의 사법독점 시스템과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본부는 “A판사는 물론 적절치 못한 대책과 조치를 한 박국수 서울남부지법원장과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그리고 법관임용 등 최종 인사권자인 이용훈 대법원장 또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본부는 이어 “14만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과 법원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A판사의 신체의 자유 침해와 직권남용 등 명백한 범죄행위 그리고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의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심판을 받고자 한다”고 인권위 제소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어떤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사법부의 현실과 치부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과오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사법을 바로 세우고 사법의 민주화,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사법을 이루는 첫걸음”이라고 사법수뇌부를 압박했다.

법원본부는 “대법원은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들에 사과하고 재판업무에 부적절한 A판사의 직무를 즉각 정지하고 징계조치하고, 국가인권위는 대법원에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 법원노조 “법원행정처장 스스로 거취 결정할 때 됐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곽승주 위원장은 3일 전국의 법원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법원행정처장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잃었다’는 서신을 통해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자질을 상실한 만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가 됐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곽승주 위원장은 “법원수뇌부의 이번 사건에 대한 해결책은 사법행정의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에서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 한마디 없이 해당 판사의 단순 전보조치와 법원내부통신망 폐쇄조치였다”며 “힘없는 하위직원들의 상대적 열등감에서 오는 불만표출 정도이므로 몇 일 언로를 폐쇄하면 잠잠할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곽 위원장은 “현재 사건이 확대된 것은 서울남부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장의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태도와 의식에서 발생됐고, 법원수뇌부가 법관 아닌 나머지 직원들을 같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는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전국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판사들에 대한 해묵은 감정 때문이 결코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수뇌부의 문제 인식수준과 대응태도에 격분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법원수뇌부와 참모진들의 정책수립과정에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곽 위원장은 “사법행정의 수장이라고 해서 법원조직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닐 진데 현재 수뇌부는 법원노조의 요구에 대해 타협을 위한 양보보다는 ‘너희들이 그렇게 나오면 법원에 순수한 재판업무만 남기고, 나머지 업무는 타 기관에 이양하겠다’는 극단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법원행정처장의 대응태도와 사건처리 과정을 볼 때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질을 이미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원행정처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가 됐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끝으로 곽 위원장은 “법원노조 지도부는 인권탄압과 언로 탄압으로 일관하는 법원수뇌부의 잘못된 관행 타파와 사법민주화를 위해 밀알이 될 것을 천명한다”며 “어던 희생이라도 감수할 테니 지도부를 믿고 이번 투쟁이 끝날 때까지 굳건하게 따라주고, 힘없는 민초들은 밟히면 밟힐수록 끈질지게 뭉쳐 들풀처럼 일어난다는 진리를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권단체들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 부패와 권위주의 구태의 전형”

한편 새사회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11개 인권단체들도 4일 ‘불법감금, 반인권 판사 옹호하는 대법원은 사법개혁 의지가 있는갗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법부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법원행정처장은 내부통신망의 글을 무단 삭제하며 통신망을 아예 폐쇄했고, 대법원은 A판사를 전보 조치한 일련의 사태는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식 부패와 권위주의 구태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는 판사의 명예를 직원의 인권보다 우선하는 사법부 특권의식의 반영이며, A판사의 공식사과와 책임규명 없이 단순 전보조치로 무마하려는 것은 결국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사법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조직적으로 명백한 불법행위와 반인권 행위를 묵과하려는 것은 사법부 내에서는 사법개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여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거듭 확인한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인권 존중 자세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사법부가 아무리 국민주권 재판을 강조한들 공허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인권단체들은 이 사태에 대한 해결이 사법부의 사법개혁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며 “A판사가 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자신의 자질을 판단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은 물론 대법원은 인사권자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판사들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높은 잣대로 평가하고 조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권고를 회피하고, 국민 인권과 유리된 사법부 독립을 존중해 온 점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가 전향적인 결정과 권고를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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