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수 변호사. 변호사보다는 ‘장승수’라는 이름이 어디서 들어봄직 할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택시기사와 포크레인 기사 등을 하면서도 96년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합격해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다.
나아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까지 출간해 더욱 유명세를 탔고, 프로복싱선수 테스트에도 통과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으며, 사법시험 45회에 합격해 올해 초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이제 2개월 된 초보 변호사로 변신한 것.
그런 그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웹진 ‘시민과 변호사’ 4월호에 기고한 ‘초짜 변호사의 무죄 변론기’라는 글을 통해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의 변론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 내기까지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갈등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 “강간치상 전과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안타까워 무죄 포기 안 해”
장승수 변호사는 3월 1일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강간치상 혐의로 입건된 조카의 변호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일 피의자와 피의자의 노부모를 만나 보니 피의자는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은 뒤 불구속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피의자와 피해자는 1년 이상 교제해 온 사이였는데 여자는 헤어지기를 원했고, 남자는 이를 원치 않아 며칠 간 둘 사이에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여자가 강간치상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었다.
장 변호사는 당시 피의자와 2시간 가량 사건 전말에 관해 듣고 직감적으로 강간이 아니라는 느꼈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말하지만 사건현장에 2번이나 가 봐 무죄에 심증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에 그 날 밤을 세워 다음날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심문사항을 작성했다.
2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피의자 심문에서 장 변호사는 50개항에 걸쳐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본건 성교행위에 관해 피의자를 심문하며 무죄를 호소했지만 피의자는 구속되고 말았다. 다음날 피의자 부모가 피해자와 합의해 장 변호사는 합의서를 바탕으로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돼 침울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본건이 강간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3월 9일 검사의 첫 피의자심문이 있던 날 피의자와 그 부모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성남지청까지 찾아가 피의자심문에 6시간 넘도록 참여했다.
그런데 노부모들이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것 같으니 일단 인정하고 석방부터 되고 재판에 가서도 집행유예를 받는 쪽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장 변호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전까지 한번도 형사입건된 적이 없었던 피의자가 유치장을 거쳐 구치소에 구속된 지 열흘이 지나가고 있었고, 피의자는 노부모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이인 데다가 수사가 끝나갈 무렵인 3월 15일 피의자를 마지막으로 접견할 당시 피의자는 좌절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피의자의 나이가 27세여서 강간치상의 전과를 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끝까지 무죄 주장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록 나중에 피의자와 그 부모로부터 원망을 듣더라도 죄 없는 사람이 처벌받고 그로 인한 전과를 평생 안고 살아가도록 방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곧바로 사무실에 도착해 서둘러 검사에게 제출할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다. 검찰 1차 구속 만기일을 하루 앞둔 3월 17일 오후가 되면서 초조해졌고, 공무원 퇴근 시간인 6시가 다 되어도 피의자가 석방되지 않아 깊은 좌절감이 엄습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런데 저녁 7시경 휴대폰으로 피의자 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쉽게 전화를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 무겁게 든 휴대폰을 파고 든 들뜬 목소리의 첫마디는 “아이고,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아들이 마중 나오래요”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 검사가 무혐의처분을 내려 풀려났다.
◈ “변호사야말로 시민인권 지키는 진정한 최후의 보루”
장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변호사야말로 시민들의 인권을 지키는 진정한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초보 변호사로서의 감회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피의자가 강간치상 혐의로 16일이나 구속된 가장 주된 원인은 경찰이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근거로 피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사건을 전형적인 강간치상 사건으로 몰아가는 수사 때문으로, 평범한 시민으로서는 경찰의 능수능란한 회유와 강박 앞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구속이 장기화된 데에는 영장전담법원의 역할도 컸다”며 “법원은 피의자의 경찰 자백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통상적인 강간사건으로 유형화해 이해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물론 경찰과 법원으로서는 피해자의 진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범죄자의 처벌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경찰과 법원은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존재”라며 “범인으로 몰려 구속당하는 상황에서 평범한 시민은 누구라도 깊은 좌절감에 빠지기 때문에 누군가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의 편이 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건현장을 두 번 다녀왔는데 사건현장을 보면서 강간이 아니라는 심증이 깊어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책상에 앉아 골치만 썩히던 문제들이 사건현장을 직접 봄으로써 너무나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이제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지 두 달이 지났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에 흠뻑 빠져있는 내가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다짐하며 글을 맺었다.
공부가 쉽다던 장승수 변호사, 변호도 잘하네
‘초짜 변호사의 무죄 변론기’ 눈길 기사입력:2006-04-23 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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