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자신의 형사처분을 우려해 증거은닉 행위를 했을 경우 교사한 사람도 처벌 못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아 기사입력:2026-09-16 06: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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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사기, 증거은닉교사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양형부당)과 검사(증거은닉교사죄 무죄부분)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피교사자(피고인 B)가 자신의 형사처분을 우려해 증거은닉 행위를 했을 경우, 이를 교사한 피고인 A에 대해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 할 수 없다며 무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도8541 판결).

피고인 A는 2022. 6. 24. 부산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22. 9. 2. 부산구치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했다.

성명불상의 부업 알바 사기 조직원은 2025. 3. 31.경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부업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D에게 “미션 12개를 연속으로 하면 수익금을 주겠다. 그 미션 중 3번은 10만 원을 투자하면 30% 수익을 주고, 더 높은 금액일수록 더 높은 수익금을 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성명불상의 부업 알바 사기 조직원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지급받더라도 약속한 투자 수익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가 투자 수익금 인출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정상적으로 피해자에게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 A는 2025. 3. 31.경 은행계좌들 및 각 은행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제공받았고, 성명불상의 부업 알바 사기 조직원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5. 3. 31. 오후 7시 14분경 위 은행 계좌로 750만 원을 송금받았으며, 피고인은 계속하여 성명불상의 부업 알바 사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해금을 ㈜F 계좌로 재이체하는 방법으로 편취했다.

피고인과 원심공동피고인 B(유죄판결 확정)는 2025. 4.경 B가 텔레그램에서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를 대여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장 대여 알바’에 지원하면서 처음 알게 된 후, 2025. 5.경부터 2025. 7. 29.경까지 라오스에서 같이 거주했다.

피고인은 2025. 7. 29. 오전 7시 20분경 라오스발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면서 해당 비행기 내에서 승무원으로부터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하니 다른 승객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부업 알바 사기 조직 범행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될 것을 예감하여,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확보할 경우 범행이 발각될 것을 염려하여 휴대전화를 은닉하기로 마음먹고, 당시 옆자리에 동승한 B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알아서 정리한 후 휴대전화를 엄마에게 전달하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따라 B는 2025. 7. 29. 오전 7시 58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자,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그 모친 C에게 연락하여 피고인이 체포된 사실을 전달하고, C의 요청에 따라 2025. 7. 30. 오후 9시경 서울 중랑구에서 피고인의 외삼촌을 만나 위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B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사기 등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했다.

-1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11. 20. 선고 2025고단3148 판결)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증거은닉,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원심(2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5. 12. 선고 2025노2235 판결)은 사기,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면서도 피고인 A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은닉교사의 점은 무죄.

또 피고인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608 판결,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15728 판결 등 참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의 행위가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러 증거은닉교사에 해당함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사기 범행에 이용할 타인 명의 계좌를 모집하고 피해 금액이 입금되는 즉시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모집책과 전달책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 특히,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누범기간 중에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의하면 배상신청인은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하지 못하므로, 1심판결 중 배상명령신청 각하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됐다.

피고인 B는 본인명의 토스뱅크 계좌 2개와 휴대전화를 피고인 A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200만 원을 교부받거나 피고인 A의 도박사이트 대금을 충전해 주는 등 피고인 A로부터 휴대전화를 전달받아 이를 은닉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피고인 B는 피고인 A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다음 스스로 피고인 A와 피고인 B의 대화내용을 삭제했다.

피고인은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수사기관에 의하여 체포되었는데, 피고인 B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휴대전화를 은닉할 방법이 없었기때문에, 피고인 A의 행위는 결국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 A가 이후 수사기관에서 대체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수사 절차에 협조했으므로, 피고인 A가 B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행위가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중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피고인 A의 행위는 결국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은 있으나, 피고인 A의 행위를 증거은닉교사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했다.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하나,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증거를 은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6도5596 판결,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15728 판결 등 참조).

피고인 A의 휴대전화에는 B의 접근매체 대여 경위와 대가 수수 내역 등 B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자료도 함께 들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증거은닉교사죄가 성립하려면 피교사자(피고인 B)의 행위가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B는 그 자신도 피고인의 사기 범행에 사실상 관여하여 피고인에게 토스뱅크 계좌, 휴대전화 등 접근매체를 전달하고 그 대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B의 행위는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한 경우로서 그것이 동시에 피고인 A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 경우 이를 교사한 피고인 A에 대한 증거은닉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

한편 원심의 양형판단에 법리오해, 심리미진, 죄형균형 원칙 또는 책임주의 원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피고인에게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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