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공소사실 유죄 인정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6-06-22 06: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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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을 1회에 종결한 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1심판단(무죄)을 뒤집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수원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17983 판결).

-피고인은 2016. 5. 16.경 대학동창인 B에게 전화하여 ‘원금보장과 고정이율의 수익금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해주겠다’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돈을 받더라도 이를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사모펀드 상품해 가입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며, 당시 피고인은 개인채무 2억 원 상당이 있어 위 수익금 등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6. 5. 16.경 4천만 원을 피고인 명의 C증권 계좌로 송금받는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0. 7. 22.까지 총 8회에 걸쳐 1억 33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쟁점사안)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1심(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4. 10. 30. 선고 2024고단1128 판결)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명의의 사모펀드 가입 증서나 계약서 작성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송금할 당시에는 피해자 명의 계약서 작성 등을 요청하지 않다가 2022년경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에게 계약서를 요구한 점, 투자금이 사모펀드 회사가 아닌 피고인 계좌로 송금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원금보장과 고정이율 수익금 보중되는 사모펀드 가입해주겠다’고 말해 피해자 기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2022년 2월경까지 약정한 수익금 등으로 합계 약 6,500만 원 정도를 고소인(B)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했던 사정,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 내용,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고소인의 요청에 따라 고소인이 원하는 내용으로 차용증을 작성해 준 사정, 그 차용증 작성 시기와 경위 및 그 내용, 피고인이 차용증에 기재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신청을 하게 되자, 고소인이 2023년 4월경 이 사건 고소를 하게 된 경위와 고소 내용, 그 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 금원을 입금받을 무렵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고소인을 기망했다거나, 그 무렵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수익금 등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는 원금 및 확정 이율에 따른 수익금이 보장되는 사모펀드에 가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각 돈을 피고인에게 이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다른 증거들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여 위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심(2심 수원지법 2025. 10. 13. 선고 2024노7512 판결)은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또 피고인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피해자 진술, 카톡 대화 내용, 거래 내역 토대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자금 편취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과 동일한 증거관계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각 이체한 금액에 대한 확정이율에 따른 수익금을 매월 지급하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투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나눈 점등을 종합해 피고인이 피해자 기망해 투자금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의 내용과 경위, 편취규모,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고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운 점, 피고인이 지급한 이자를 원금에 충당하더라도 약 6,700만 원의 피해금이 남아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나, 피고인이 2022년 2월경까지는 매월 이자를 지급해 피해금 중 절반가량은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고소인이 만연히 피고인에게 펀드 가입 업무 등을 맡기고 장기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해가 확대된 측면도 있어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모펀드에 가입하여 준다고 하여 이 사건 각 투자금을 피고인에게 송금하였다고 진술했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 각 투자금 1억 3300만 원을 약 4년간 8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송금하면서 피해자 명의의 사모펀드 가입증명서, 계약서 등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이를 요청한 사실도 없는 점, ② 피해자는 이 사건 각 투자금을 사모펀드 회사의 계좌가 아닌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점, ③ 피해자는 이 사건 각 투자금을 투자하기 이전에 피해자 모(母)의 이름으로 투자계약서를 받고 직접 투자한 회사의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한 경험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위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고, 또 사실인정에 이르는 제1심의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1심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 볼 사정도 없다. 원심(2심)은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곧바로 1심 판단 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증거조사등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또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각 투자금을 송금받게 된 경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진술과 상반되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 등에 의문이 있다면 그에 관하여도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여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나는 것이 있는지도 면밀히 심리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을 1회에 종결한 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1심 판단을 뒤집고 공소사실 유죄로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공판 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법리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 미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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