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악용 사례가 처음 등장한 뒤, 2020년대 초반 상용화된 얼굴 합성 기술은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불과 몇 년 새 눈동자 움직임과 표정까지 실시간 합성이 가능해졌고, 음성 학습을 통한 보이스 딥페이크도 등장했다. 전문가조차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정교해진 딥페이크 기술은 범죄 수단으로 빠르게 변질되고 있다.특히 청소년 집단에서의 확산이 두드러진다. 이는 성인 남성의 일탈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다. 이은영 개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논문 ‘딥페이크 청소년범죄에 대한 예방 및 교육 중심 대응’(<보호관찰>)에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교육 중심 예방책을 제안했다.

이은영(개신대학원대학교, 2025) 연구에 따르면 2024년 1∼10월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중 10대가 81.2%를 차지했다. 촉법소년도 15%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의 인지·도덕 발달 미완성 및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을 문제점으로 진단하며 예방 중심 디지털 윤리 교육과 지역사회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0월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는 964건이다. 이 중 506명이 검거됐고 23명이 구속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피의자 중 10대 청소년이 81.2%(411명)에 달하고,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도 15%(78명) 포함됐다는 사실이다.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이던 범죄 건수가 2024년 폭증한 것은 스마트기기에 능숙한 청소년 세대가 범죄 확산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진입 장벽이 낮은 기술, 놀이문화와 결합된 SNS 환경,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이 더해지며 ‘놀이와 범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h4 dir="auto">■ 청소년 특성과 결합한 범죄 양상, 현행 제도의 한계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음란 영상에 합성해 유포하는 형태로,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사회적 낙인을 남긴다. 문제는 청소년 가해자 대다수가 이를 범죄가 아닌 단순 장난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는 인지·도덕 발달이 미완성된 시기다. 소년법은 이를 고려해 청소년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교육적 목적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교정교육은 대부분 법원 단계 이후에야 시작된다. 그 사이 청소년은 제대로 된 교육적 개입 없이 방치돼 반복 가해와 피해 확산으로 이어진다.
현행 제도는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대응에 여러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교육 시기의 공백이다. 경찰 조사부터 법원 판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동안 일관된 교육·치료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보호처분 교육도 대부분 법원 처분 이후에야 시작되며, 단기 보호관찰이나 위탁 처우에 그친다. 둘째, 범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피해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조차 촉법소년이 저지르면 단순 비행으로 취급된다. 이는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재범 예방에도 실효성이 없다. 셋째, 디지털 범죄 이해 부족이다. 현재 청소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교육이나 감수성 훈련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며, 사법체계와 연계된 예방 중심 디지털 법·윤리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
<h4 dir="auto">■ 디지털 리터러시·윤리 교육,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해야범죄 이후 사후 처벌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청소년은 기술에 익숙하지만 윤리적 기준과 법적 감수성이 부족해 피해와 가해 구분에 무감각하고, 범죄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형사처벌 위주의 대응은 단기 억제 효과도 미약하며, 오히려 재발과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은영 교수는 범죄 발생 이전 단계에서의 예방 중심 교육 강화를 강조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 이해도는 OECD 평균(75.8%)보다 크게 낮은 46.2% 수준이다. 이는 문자 독해력은 상위권이지만 디지털 정보 이해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따라서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청소년이 자주 접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윤리적 콘텐츠가 함께 유통되도록 유관기관과 민간이 협력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지식 중심의 현행 학교 교육도 변화가 요구된다. 단발 특강 수준이 아니라 정규 교과 과정에 디지털 윤리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포함해야 한다. 미국·유럽 일부 국가처럼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허위정보 판별, 사이버 폭력 예방을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h4 dir="auto">■ 지역사회 협력과 맞춤형 교정교육이 해법딥페이크 범죄는 은밀히 이뤄져 가정이나 학교만으로는 조기 개입이 어렵다. 따라서 청소년이 문제에 빠지기 전 조기 발견·개입,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려면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 위기 청소년 조기 발굴과 지원을 위해 다양한 청소년 유관기관을 연결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허브)와 같은 기존 구조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능을 추가하고, 학교·경찰·복지기관이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또 법원 보호처분 과정에서 디지털 범죄 위험도 평가 도구를 마련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특화된 맞춤형 교정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맞춤형 처우를 강화해야 한다. 소년원 교육과정에도 디지털 윤리·리터러시를 정규 편성해 단순 교육이나 기술 습득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회적 책임성과 자기 절제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와 협력한 AI 기반 미디어 교육 모듈 개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과 회복적 정의 모델을 도입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용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함으로써 청소년 가해자가 자기 행동의 결과를 직시하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h4 dir="auto">■ 사후 처벌 아닌 예방·교육 중심 패러다임 전환 필요청소년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한 기술 오남용이 아니라 윤리 의식이 미성숙한 세대와 고도화된 기술 환경이 결합한 구조적 문제다. 사후 처벌 중심 대응만으로는 재범과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예방 중심 교육, 지역사회 협력, 맞춤형 교정 프로그램이 결합될 때 청소년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의 발달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논문이은영(2025). 딥페이크 청소년범죄에 대한 예방 및 교육 중심 대응. 보호관찰, 25(1), 247-262.
김지연(Jee Yearn Kim) Ph.D.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