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환자 처방전 작성·교부 '무면허의료행위 아냐'

기사입력:2020-01-27 12:22:33
(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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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그러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과 원심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의사인 원고가 2013년 2월 14일 청주시 흥덕구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부재 상태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 환자 3명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지시했고, 그에 따라 간호조무사는 처방전을 발행했다(이하 ‘이 사건 위반행위’).

간호조무사는 이 사건 위반행위에 관해 수사를 받으면서 ‘환자3명이 내원하자, 자신이 원고에게 전화를 하여 원고로부터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자신이 원고의 컴퓨터에서 대상 환자를 클릭한 다음 동일하게 체크를 한 후 처방전을 출력해 환자에게 교부했다’는 내용으로 진술했다.

원고는 이 사건 위반행위로 구 의료법(2013. 4. 5. 법률 제117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위반죄가 인정되어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청주지방법원 2016. 12. 2. 선고 2016고정870 판결),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보건복지부장관)는 2017년 1월 10일 원고에 대해 ‘이 사건 위반행위가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이어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 등의 처분사유를 들어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2017년 1월 2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2018년 1월 26일 기각됐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보건복지부장관)를 상대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8구합250)인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방창현 부장판사)는 2018년 8월 10일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1심은 피고의 이 사건 처분사유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청주시장의 원고병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이유)은 원고가 운영한 의료기관에 대한 것이고, 이 사건 처분은 의료인인 원고 개인에 대한 것으로서 그 대상이 다르며, 처분청과 처분의 근거법규도 다른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처분이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원고는 처분사유의 부존재와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고는 "2013년 2월 14일경 원외에서 환자들과 통화하여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간호조무사인 이향미에게 처방 내용의 단순입력행위만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원고의 지시대로 처방 내용을 입력한 후 작성된 처방전을 단순히 환자에게 교부한 것뿐이다. 이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 적법한 의료행위이다. 한편 원고는 2013년 2월 21일경 원외에서 위 간호조무사에게 또 다른 환자들에 대한 처방전의 발행을 지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가 위반행위를 하게 된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위반행위의 내용이 경미한 점, 원고가 운영하던 병원이 청주시장으로부터 업무정지 60일에 갈음한 과징금(2625만원) 부과처분까지 받은 점,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했다.

2심(원심2018누12136)인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문광섭 부장판사)는 2019년 8월 8일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에게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의료인에게만 허용된 의료행위인 ‘처방’에 필수적인 처방전의 작성·교부행위를 하게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2013년 2월 21일자 환자 4명에 대한 처방전 작성·교부행위 부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처분에 있어 수개의 처분사유 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처분사유로써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두15674 판결 등 참조).

이어 원고는 2016년 11월 7일 작성한 탄원서(갑 제5호증)에는 전화를 통해서라도 환자 3명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원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의 작성·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가 아닌 ‘종전의 진료기록에 따른 처방전 작성·교부 지시’에 불과해 환자 3명이 처방받을 약의 종류와 양, 환자의 질병분류기호 등을 특정한 것은 간호조무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020년 1월 9일 "원심판단에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대전고법에 환송했다.

원심은 원고가 간호주무사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 작성·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의료행위인 ‘처방’에 필수적인 처방전 작성·교부행위를 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위반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환자 3명은 종전에 원고로부터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았던 환자이므로, 의사인 원고가 간호조무사에게 환자 3명의 환자들에 대해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내용은 특정됐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원고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설령 원고가 3명의 환자들과 직접 통화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작성·교부를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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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그러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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