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의 임시총회.(사진=최영록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따라 앞으로 시공자뿐 아니라 각종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전자입찰 방식이 의무화되고 일반경쟁방식이 원칙이다. 또 개별홍보가 금지되고 불법홍보 건수가 3회 이상이면 자격이 박탈되는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더구나 건설사들은 더 이상 이사비 등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법이나 기준을 정할 때는 적용시점을 ‘시작 행위’를 기준으로 한다.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올해부터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면제받을 수 있었다. 또 지난해 행정예고 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일부개정안 역시 ‘입찰공고를 하는 경우’로 적용시점을 정했다.
그러나 이번 새 기준에서는 ‘완료 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새 기준 부칙에 따르면 시공자와 정비업체의 경우 ‘이 기준 시행 후 최초로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나머지 설계자 등의 협력업체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공자 선정절차가 한창인 곳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관악구 봉천4-1-2구역 재개발,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등이 바로 그곳이다.
이 중 반포3주구와 봉천4-1-2구역은 기간 내에 시공자를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일정상 새 기준 시행 전까지 총회를 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2차의 경우에는 지난달 29일 한 차례 유찰을 겪은 뒤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그렇다보니 이번 새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사업장들은 최소 3~4개월 정도의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그동안 공공지원을 통해 시공자 선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행정지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시공자 선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정 행위를 기준으로 새 기준의 적용여부를 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며 “해당 사업장들의 조합원들이 입을 피해는 무시한 채 무조건 새 기준을 따르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