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는 저널리즘’, 종편은 두 개의 길로 갈렸다

[촛불 1주년과 미디어 시민⓸] ‘TV조선의 길’과 ‘JTBC의 길’은 무엇이었나 기사입력:2017-11-14 10:06:21
*촛불혁명 1주년이라 한다. 지난해 10월말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후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12월의 국회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올해 3월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끌어냈다. 1주년을 맞아 이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진행 중이다. 로이슈는 그중에서 ‘미디어 시민’이란 개념으로 지난 이십여 년을 반추한 한윤형 저 <미디어 시민의 탄생>의 후반부를 소개한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서 몰락까지를 다룬 3개장을 9회에 걸쳐 연재한다.

21장 SNS·언론 연합군, 박근혜를 쏘다 (1)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에 의해 임기 말 탄생하고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종편방송은 개혁 세력에겐 박근혜 정부 내내 ‘악의 축’으로 여겨졌다. 특히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2013년 11월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하는 ‘2013 방송심의 현안 토론회’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과 평가>의 내용을 들어 보면 언론학계와 미디어 운동 진영에서 이에 대해 어떠한 우려를 했는지를 들을 수 있다.

송종현 교수는 발제를 통해 종편채널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발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들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주로 시청하며, 지속적인 심의 제재를 받을 만큼 그 질이나 편향성에 문제가 많다. 또 지상파의 시사보도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 반면 <JTBC>를 제외한 여타 종편 방송들의 시사보도 비율은 60~70%에 달한다. 이는 시사보도 방송의 제작단가가 더 싸기 때문이기도 한데, 싸게 만들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 편파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 종편 시사보도의 문제라고 발제문은 설명한다.

토론자들도 대체로 발제문의 문제의식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김경환 교수는 “종편을 보자면 종합편성채널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시사보도 전문 PP’ 같다. 질적 수준에 있어서도 보수신문의 품격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지상파가 저런 식으로 보도했다면 보수신문이 엄청나게 난리를 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손영준 교수의 경우 “지상파에 비해 신선한 감은 있었다”라며 종편의 긍정성을 일부 평가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종편을 ‘흥분하는 저널리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그렇다면 왜 흥분한 것일까?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만만치 않았고 경제적 압박도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흥분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강한 정파성을 띄다 보니 보수성이 오히려 희화화되고 가볍게 취급된다는 느낌도 든다”고 분석했다.

김관규 교수는 “(종편 보도를 보면) 엠바고도 없고 프라이버시도 없다. 억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 보자면 ‘사회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좋은 방향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50대 60대 분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정치평론을 한다. 개인의 삶의 공간에서 정치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있다. 내 표현으로는 ‘구라’를 방송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대단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시청률 경쟁이 대단히 이상한 방식의 방송을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한윤형 기자, ‘<흥분하는 저널리즘’ 종편 시사토크, 이대로 괜찮은가?>, 《미디어스》, 2013년 11월 11일)

2011년 말 개국한 종편방송들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으로 출범이 결정될 때부터 미디어 운동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로서도 생존경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개 정도 방송국을 승인해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네 개 방송국을 모두 다 승인해준 것이 어려움의 원인이었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선택은 양갈래로 갈렸다. 우리는 그것을 ‘JTBC의 길’과 ‘TV조선의 길’이라고 나누어 부를 수 있을 것이다. JTBC와 다른 세 방송국의 선택이 갈린 것이지만, 다른 세 방송국 중 자신의 길을 가장 독하고 극단적으로 걸어갔던 것은 TV조선이었기 때문이다.

‘TV조선의 길’은 스튜디오 중심의 저비용 시사토크쇼를 집중편성하여 막말을 쏟아내고 노년층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길이었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팀이 2014년 11월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보름간 종편채널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TV조선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보름간 무려 5100분이나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BS 1TV(2975분)의 1.7배 수준이었다.”(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 80쪽) 정권 편향 보도조차도 시장적 접근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TV조선의 몇몇 프로그램에서 ‘흥분하는 저널리즘’을 유도하는 엄성섭 앵커는 2014년 11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초반에는 박 대통령이 등장하면 시청률이 높게 나와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밖에서 잘못 보면 박근혜 뉴스라고 판단하게 되는데, 우린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시장적 접근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 83쪽)

반면 JTBC의 경우 개국 초기부터 타 방송국보다 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드라마와 예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JTBC의 길’을 만든 분기점은 손석희 사장의 취임이었다. 2013년 5월, 논란 속에 성신여대와 MBC를 떠난 손 사장의 JTBC 합류는 이 방송사가 박근혜 정부시기를 여타 방송과 다르게 보낼 거란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JTBC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자원의 열세를 ‘선택과 집중’의 길로 돌파하려 했다. <뉴스룸>을 통해 제1이슈와 제2이슈에 압도적인 비중을 실은 뉴스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도 있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손석희 투입 직전 8개월(2013년 1~8월) 동안 평균 1.14%였던 메인뉴스 시청률은 손석희 투입(9월 16일) 이후 8개월(2013년 10월~2014년 5월) 동안 평균 2.33%로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JTBC는 다른 지상파·종편 방송과 확연히 다른 편집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 “참사 보도가 한창이던 2014년 5월에는 월평균 3.89%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직전까지 깨지지 않던 JTBC의 메인뉴스 월 최고 시청률”(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90쪽)이었다.

외부에 비춰지는 TV조선과의 정치성향의 차이도 이로서 확연히 드러나게 됐다. 2014년까지의 상황에서 TV조선의 뉴스특보 최고 시청률은 2013년 9월 4일 ‘이석기 체포 동의안 가결’ 보도였다(평균 시청률 5.59%, 닐슨코리아, 수도권유료가구). 반면 같은 시기 JTBC 뉴스가 최고 시청률을 찍은 것은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참사 팽목항 현지 특집이었다(평균 시청률 5.47%). 당시 TV조선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전 북한특수부대 장교의 발언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JTBC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소식을 전할 때 김재연 통진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편향적 의견만 반영했다며 같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 78~79쪽)

그러나 2016년 총선 전에 이미 ‘TV조선의 길’이 한계에 부닥치는 조짐이 보였다. 홍석현 회장이 충분히 자금을 투입하여 제작 역량을 확충하려고 한 JTBC와의 역량 격차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JTBC는 축적되어 가는데, 나머지 방송국은 아직 제자리 걸음인 셈이었다. 노년층 위주의 시청자들은 광고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총선 전에 이미 시청률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는 대체로 선거 시기마다 시청률이 올랐다. 대선 무렵인 2012년 6월부터 12월까지 종편 시청률은 수직 상승했고, 2014년 6·4지방선거 무렵에도 JTBC를 제외하곤 시청률이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4·13총선 국면에선 종편 3사 시청률에 상승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월별 채널 시청률을 보면 1월보다 선거가 가까워진 2월에 종편 3사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기까지 했다.”(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 78쪽)

2016년 3월 《미디어오늘》이 따져본, 종편 4사 시청률에서 광고 수익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20~49세 시청층 비율은 JTBC 29.2%, MBN 11.1%, 채널A 8.6%, TV조선 6.9%였다. 《미디어오늘》은 이 자료를 통해 계산·추정하여 TV조선의 60대 이상 시청률은 70%를 넘는 것으로, 채널A도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론했다. 그 결과 시청률로 보면 JTBC가 꼴찌이지만 매출액은 JTBC가 수위인 기현상이 나타났다(정철운,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 2016, 81~82쪽). ‘TV조선의 길’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었고, 변해야 했다.

데이터앤리서치 한윤형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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