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 404명, 사망 115명…“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들 “인정받아도 제대로 배상받지 못해”…피해자 발굴·배상제도 개선 촉구
저녁에는 《하얀 손님》·《숨;X》 작가 북토크 통해 참사의 기록과 사회적 책임 조명
기사입력:2026-10-16 16:01:04
(사진제공=부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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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 등은 10월 15일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2026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재발방지 촉구 전국순회캠페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부산시에 적극적인 피해자 발굴과 실질적인 배상,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고 16일 밝혔다.

2026년 9월 말 기준 부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시민은 404명이며, 이 가운데 115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292명이고, 그중 사망자는 74명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 기초한 추정에 따르면 부산지역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59만 명, 건강피해 인구는 약 6만 3천 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신고자는 추정 건강피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유품과 관련 제품을 소개하며, 참사가 알려진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신고와 배상신청의 기한 제한 문제를 제기하며, 피해자를 충분히 찾아내기도 전에 구제 절차를 종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부산의 피해자 권오열 씨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호흡곤란과 여러 건강 문제를 겪었지만, 두 차례 피해를 신청하고도 인정받지 못한 현실을 호소했고, 임해수 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받았던 배우자가 2021년 사망했지만, 사망 원인과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장의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준미 씨는 가족 3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음에도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의 건강 문제와 장기적인 돌봄 부담을 설명하며,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은동 씨 역시 피해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이의를 제기해야 했던 경험을 전하며,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판단과 실질적인 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고 복잡한 구제 절차를 감당하도록 하는 현행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상래 이사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피해자를 찾아내기 전에 참사를 끝낼 수 없다. 책임을 규명하기 전에 참사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와 부산시의 적극적인 피해자 발굴, 피해신고 및 배상신청 기한 제한 문제 해결, 정부와 가해기업의 신속하고 충분한 배상,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및 흡입독성 검증 강화를 요구했다.

(사진제공=부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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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7시에는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문학작품의 작가들과 북토크를 진행하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나눴다.

천지영 작가의 연작소설 《하얀 손님》과 류이 작가의 다큐멘터리문학·시각백서 《숨;X》를 통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 참사를 기록하는 일의 의미,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책임을 함께 살펴봤다.

북토크 현장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도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전했다. 한 참석자는 자녀가 어린 시절 호흡기 질환을 겪었고 현재까지 건강상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피해신청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질문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참사가 알려진 지 15년이 지났지만 자신의 건강피해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하거나, 피해신청 절차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시민들이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해자 발굴을 개인의 기억과 신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사를 기록하지만, 피해자들의 삶을 숫자와 통계 너머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었다. 이날 북토크 역시 문학을 통해 참사를 기억하는 자리를 넘어,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피해와 국가·기업의 책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찾아내고 구제를 요청해야 하는 현실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는 미신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국회는 피해신고와 배상신청의 기한 제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든 피해자가 정당한 배상을 받고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참사는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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