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투자리딩 콜센터 사무실에 필요한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 및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B 등의 사기 범죄를 방조(인정된 죄명 사기방조)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판단에는 방조범의 고의,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수원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도8994 판결).
B, C, D(이하 ‘B 등’)는 2024. 11.경 시흥시에 콜센터 사무실(투자리딩방)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로 연락해 코스닥 상장 절차에 있는 공모주 주식을 매도할 것처럼 기망하는 방법으로 그 매매대금 상당을 편취하기로 공모했다.
B 등은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2024. 11. 15.경 위 콜센터 사무실에서 피해자 E에게 전화해 “F대행 환불의 G 팀장이다. 기존에 유료 주식정보 사이트를 가입하여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가입비를 환불해 주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를 ‘환불대기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초대해 유인한 후, 피해자에게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인 H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싸게 매도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사실 B 등은 피해자에게 판매할 H 공모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피해자에게 H 공모주를 매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 등은 피해자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5. 2. 5. 공모주 매매대금 명목으로 I 명의 계좌로 7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해 2025. 2. 4.부터 2025. 5. 26.까지 같은 방법으로 공모주 주식을 매도할 것처럼 피해자 11명을 기망해 피해자들로부터 공모주 매매대금 명목으로 합계 4억 2592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했고, 피고인은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위 콜센터 사무실에 필요한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 및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B 등의 범죄를 방조했다.
1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 12. 11. 선고 2025고합309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552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미인가 금융투자업 영위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각 무죄. 배상신청인 E, K, L, F, G, H의 피고인에 대한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한편 범죄단체조직, 범죄단체활동,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 B에게 징역 6년, 피고인 C에게 징역 3년, 피고인 D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피고인 C로부터 500만 원, 피고인 D로부터 2340만 원의 추징을 각 명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배상신청인 E에게 편취금 1억 7400만 원을, 배상신청인 K에게 편취금 3,904만 원을, 배상신청인 L에게 편취금 4,914만 원을 각 배상하고, 피고인 B는 배상신청인 J에게 편취금 924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원심(2심 수원고등법원 2026. 5. 20. 선고 2025노2007 판결)은 피고인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피고인으로서는 B 등이 피고인이 설치·이전한 컴퓨터 등 설비를 이용해 사기 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피고인 B, C, D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B에게 징역 5년 6개월,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D에게 징역 4년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 C로부터 500만 원, 피고인 D로부터 2340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1심판결 중 1심 배상신청인들에 대한 배상명령 부분을 취소하고 위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1심 배상신청인 E는 피고인 B와, 1심 배상신청인 G, H, F는 피고인 B, C와 각 합의하여 위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편취금의 배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으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으로 하여금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 결과를 발생시킬 기회를 높이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달리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2도1553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수년 전인 2020. 2. 28. 사업자등록을 하고 컴퓨터 출장 수리 및 판매업을 운영해 오던 중,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알고 지내던 B로부터 컴퓨터 설치 등을 부탁받아 쟁점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고 통상적인 수준의 설치대금을 수령했다. 피고인은 컴퓨터 설치 외에 B의 범행에 기여한 바 없고, 위 설치대금 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범죄 수익을 추가로 배분받지 않았다.
피고인은 B 외에는 사기범행 조직원들과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이 사건 범죄단체의 조직 형태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지, 범행에 따른 수익금의 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관하여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B도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어떤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설명한 일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B로부터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컴퓨터를 처분하고 SSD 카드를 초기화하라는 지시를 받은 점, 피고인과 B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 피고인이 컴퓨터 등을 설치한 사무실은 창문이 암막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고 사무실 철거 과정에서 사무실 안 보드판에 비상장주식, 순위, 수익률과 같은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B 등의 사업의 적법성에 대하여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설치한 컴퓨터를 이용한 B 등의 사업의 적법성에 일부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죄의 정범들이 실행하는 구체적인 범행 내용과 그로 인한 법익 침해의 결과를 인식하고 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텔레그램은 범죄행위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개인정보가 담긴 저장장치를 복구할 수 없도록 폐기하는 행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점, 사무실 안 보드판에 기재된 내용에 불법성이 드러나는 단어가 사용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든 사정은 그 자체로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통상적인 영업활동이 B 등의 이 사건 범행에 단순히 이용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B 등의 구체적인 범행에 직접적이거나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거나, 피고인의 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 등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판기일에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을 증거로 삼아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원심은 쟁점 공소사실이 아닌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피고인만이 쟁점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 상고했으므로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은 분리·확정됐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투자리딩 콜센터 사무실에 컴퓨터 등 집기 설치 사기방조 유죄 원심 파기환송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아 기사입력:2026-09-2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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