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성범죄, 통매음·아청법 등 적용 혐의 달라질 수 있어

기사입력:2026-09-09 14:13:00
법무법인 열연 형사전문 김태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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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랜덤채팅이나 익명 채팅 앱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단순히 “상대방도 성적인 대화에 응했다”거나 “익명 채팅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정만으로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수사에서는 어떤 표현이나 사진·영상이 오갔는지, 이를 보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상대방의 연령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대화가 촬영물 요구나 실제 만남으로 이어졌는지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따라서 대화에 성적인 표현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상대방이 성적인 대화에 응했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대화가 시작된 경위와 당사자의 관계, 구체적인 표현의 내용, 메시지를 보내게 된 목적과 전후 상황 등을 종합해 살펴보게 된다.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이라면 적용 법률과 판단 기준은 더욱 세분화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법에서 정한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경우에는 별도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현행법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게 법에서 정한 유형의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한 경우에도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실제 나이와 이를 당시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사건을 검토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인 상태에서 사진이나 영상의 요구·전송까지 이어졌다면 대화 내용만이 아니라 해당 자료의 성격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작·배포뿐 아니라 구입·소지·시청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연령과 해당 자료의 내용, 자료를 요구하거나 취득하게 된 경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직후 계정을 탈퇴하거나 대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계정을 삭제했다고 해서 서비스 사업자나 사용 기기 등에 남아 있는 자료까지 모두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본인이 확인할 수 있었던 전체 대화의 흐름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먼저 성적인 화제를 꺼냈는지, 연령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 사진이나 영상을 누가 먼저 요구했는지, 실제 만남에 관한 대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은 일부 문장이나 캡처 화면만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 된 메시지만 떼어 보기보다 그 전후의 대화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상대방이 성인인 줄 알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그렇게 기억한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프로필에 표시된 나이, 대화 중 연령에 관한 언급, 학교나 직업에 관한 내용,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소개했는지 등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해당 범죄가 어떤 연령 요건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법적 판단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사 과정에서 기억에 의존해 추측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남아 있는 채팅 기록과 캡처 화면, 사진·영상 전송 내역, 결제 내역이나 실제 만남과 관련된 자료 등을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메시지를 누가 먼저 보냈는지, 대화의 방향이 어느 시점에서 바뀌었는지 등도 시간순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랜덤채팅 사건에서는 익명성 자체보다 기록으로 남은 구체적인 행위가 법적 판단의 중심이 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인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인지, 촬영물 관련 범죄 또는 성매매 관련 혐의까지 문제되는지는 대화 한두 문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사 초기에는 혐의를 무조건 인정하거나 부인하기보다 현재 확보된 자료를 기준으로 문제 된 행위를 구분하고, 각각의 범죄가 요구하는 구성요건에 맞춰 사실관계와 진술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열연 형사전문 김태환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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