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2026년 9월,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장면이 만들어졌다. 서울에서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그리고 키아프가 열렸고, 전남 나주에서는 한 작가의 40년 작업을 장기간 펼쳐 보이는 금보성비엔날레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세계의 미술시장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생성된 고유한 예술언어가 세계를 향해 나가는 실험이다.
이 두 현상을 함께 바라보면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가 앞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가 보다 선명해진다.
-프리즈 서울, 세계 미술시장이 한국으로 들어오다
프리즈 서울은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 프리즈 측 역시 서울을 국제 미술계와 한국의 작가·갤러리·기관을 연결하는 아시아의 주요 거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리즈가 한국 미술계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연결’과 ‘시장’이다.
세계적인 갤러리와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 관계자들이 서울로 들어온다. 작품은 전시되는 동시에 거래되고, 작가는 갤러리를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크 안으로 진입한다. 따라서 아트페어의 핵심 질문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 작품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인가.”
프리즈는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다. 올해도 LIVE·Film·Music·Artist Award와 토크 프로그램 등을 병행했고 서울의 여러 지역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아트페어를 움직이는 기본 구조가 갤러리–작가–컬렉터–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금보성비엔날레, 한글이라는 언어를 세계로 파종하다
나주의 금보성비엔날레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한다. 거대한 국제 미술시장을 나주로 옮겨놓으려는 행사가 아니다. 한 작가가 40년 동안 연구해 온 한글을 회화와 설치, 공간의 언어로 확장하고 그것이 세계 현대미술의 보편적인 조형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가격보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가이다.
한글을 읽는 문자에서 ‘보는 문자’로 전환하고,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여 선·면·색·여백과 공간으로 다시 구성한다. 한글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글 자체를 현대미술의 조형언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금보성비엔날레의 핵심 개념을 ‘파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씨앗은 크지 않다. 그러나 다른 땅으로 이동하여 뿌리를 내리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 한글 역시 한국인만 읽는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 경험으로 전환된다면, 그것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도 작품 앞에서 감각적으로 만날 수 있다.
프리즈가 세계의 미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플랫폼이라면, 금보성비엔날레는 한국에서 태어난 언어를 세계로 내보내기 위한 실험실인 셈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는 ‘진출’보다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진출에 관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작가가 뉴욕이나 파리에서 전시한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미술이 세계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성과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세계화는 어디에 갔느냐보다 무엇을 가지고 갔느냐에 달려 있다.
단색화가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은 이유도 단순히 한국 작가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재료와 수행성, 반복과 시간, 여백 등 한국 현대미술 내부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독자적인 미학을 국제미술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문자이면서 동시에 점·선·면·원·사각형과 같은 현대미술의 보편적 조형요소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K-Art에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한국에서만 출발할 수 있는 현대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시장과 미술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움직인다.
프리즈와 비엔날레의 차이는 결국 시간의 차이이기도 하다. 아트페어는 현재의 가치를 거래하고, 비엔날레는 미래의 가치를 질문한다.
아트페어에서는 어떤 작가가 지금 컬렉터에게 선택받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비엔날레에서는 지금 당장 팔리지 않더라도 어떤 생각과 형식이 앞으로 미술사의 질문으로 남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둘 가운데 하나가 우월한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과 담론이 동시에 필요하다.
프리즈가 세계의 갤러리와 컬렉터를 서울로 연결한다면, 한국의 작가와 미술기관은 그 기회를 이용해 세계가 한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언어를 보여주어야 한다.
-서울에서 나주까지, 세계화의 방향을 바꾸다.
그래서 2026년의 프리즈 서울과 금보성비엔날레를 함께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다.
서울에서는 세계의 미술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나주에서는 한글이라는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현대미술로 전환해 세계로 내보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즈의 힘은 ‘유입’이고, 금보성비엔날레의 실험은 ‘발신’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다음 단계는 이 두 방향이 만나는 데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한국에 유치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미술계가 한국에 와야만 발견할 수 있는 작가와 사상, 조형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K-Art의 세계화는 세계미술을 닮아가는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 세계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에 제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프리즈와 나주의 금보성비엔날레는 규모와 형식은 다르지만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를 바라보는 두 개의 좌표가 된다.
서울이 세계 미술시장의 문을 한국으로 열었다면, 나주는 한글이라는 문을 세계를 향해 열고 있다.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진정한 세계 진출은 바로 그 문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얼마나 세계적인 질문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프리즈가 ‘시장’을 열었다면, 나주는 ‘언어’를 열었다
- 금보성비엔날레와 프리즈 서울에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진출 기사입력:2026-09-08 1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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